[건강 칼럼] 성격∙성향에 따라 조루 증상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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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정택의 한방 남성의학

이정택 한의사

조루증에 대한 정의는 그간 다양하게 있어왔다. 성교시 음경이 질 내 삽입 전이나 삽입 직후, 혹은 삽입후 30초, 1분, 90초 또는 2분 이내에 사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등 사정시간에 따른 기준도 다양하며, 전체 성교 횟수의 반 이상에서 자신이나 상대자가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동안 사정을 조절 할 수 없는 현상, 또는 음경을 질 내로 삽입한 후 10~15회의 왕복운동 이내에 사정하는 경우 등이 언급되어 있다. 국제성의학학회(ISSM)에서는 2008년 세 가지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조루로 정의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 항상 또는 거의 항상 질 내 삽입 후 1분 이내에 사정이 일어난다. 둘, 항상 또는 거의 항상 질 내 삽입 후 사정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셋, 우울함, 귀찮음, 좌절, 성관계 회피 등과 같이 개인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특징을 지닌 남성의 성적장애. 요약하자면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아도 사정 조절 능력이 없어서 상대의 오르가슴 순간까지 사정 지연이 곤란한 경우도 증상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개인에게 고통이 되는 경우도 조루증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실을 찾는 조루증 환자분들을 보면 사실 시간에 대한 기대는 끝이 없다. 설령 내가 3~5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삽입 운동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하여도 상대가 만족을 느낄 수 없다면 본인은 좌절을 느끼고 스스로 조루라고 생각을 한다. 때문에 조루라고 믿고 내원하는 환자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외로 다양한 증상군으로 세분하여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사정패턴에 따라서 조루 증상을 구분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 쇠약형 조루증상 : 사정이 삽입 전에 이루워지는 경우가 많다. 성적으로 흥분하게 되면 정액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기도 하는데 이른바 ‘유정(遺精)’증상이라고도 한다. 사정괄약근이 지나치게 쇠약해져서 정액을 잘 보듬고 있지 못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한방에서는 ‘신기불고(腎氣不固)’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정감 없이 정액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사정 후 발기가 약화되다보니 발기문제로 오해하는 환자분도 흔하다. ■ 강박형 조루증상 : 사정이 삽입직전이나 삽입 직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일정한 순간에 변함없이 사정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쇠약형과 차이점이 있다면 사정시 사정감은 충분하게 느낀 다는 것이다. 주로 내성적이고 불안, 두려움과 같은 감정에 노출이 쉬운 분들이 발생 빈도가 높다. 한방에서는 ‘심비양허(心脾兩虛)’를 원인으로 본다. ■ 충동형 조루증상 : 사정이 상대방의 흥분 정도에 따라서 충동적으로 나타난다. 상대의 흥분이 크지 않으면 삽입 후 질 내에서 머무르기도 가능하고 어느 정도 삽입운동도 가능하다. 상대의 흥분에 영향을 받다보니 사정시간이 들쭉날쭉 하다. 대부분의 사정이 빠르기는 하지만 간헐적으로 시간 여유를 갖고 관계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주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인 자극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로 외향적이고 성격이 급하고 감정변화가 큰 분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흥분과 욕망을 주관하는 소양상화(少陽相火)의 기운이 지나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 조절곤란형 조루증 : 중추성 흥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때문에 삽입 전,후로 급박하게 사정을 하지는 않는다. 삽입까지는 항상 가능하고 어느 정도 머물면서 삽입 운동도 제법 가능하지만 삽입 운동이 일정한 수준까지 진행되면 사정을 통제하기가 곤란하다. 사정조절을 위해 휴지기를 갖기도 하지만 한번 높아진 사정감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이 경우는 삽입에 의한 말초성 사정흥분이 쉬이 진정이 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조루증상이다. 주로 전립선과 주변 생식기 조직의 긴장과 과민 등이 원인이 되는데 한방에서는 ‘간경습열(肝經濕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발생요인에 따라서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누기도 한다. 일차성은 첫 성 관계시부터 사정이 급박하고 어려운 경우이고 이차성은 한 동안 사정조절에 어려움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는 경우인데 대개는 전립선의 변화나 골반 안쪽의 긴장 등으로 말초성 사정신경이 예민해져서 나타난다. 이차성 조루증은 원인이 되었던 요소가 해결되면 사정통제 능력도 쉽게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조루증은 다양한 원인 분석과 치료방법 등으로 해결이 가능한 증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상대의 협조와 배려가 상당부분 필요하다 보니 스스로 치료에 한계를 짓고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 정도에 따라 정말 완고하고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생각지 않게 해결이 쉬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성적인 문제를 전문가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을 도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자신의 문제를 속 시원하게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반은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마음의 병이랄 수 있는 조루증상, 고생하는 모두가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의사 이정택 '남性의학' 이전 칼럼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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