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은 지구촌 빈곤 퇴치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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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 교수가 8일 경북도청에서 새마을지도자·공무원·교수 등을 대상으로 ‘세계 빈곤 퇴치와 지방정부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구촌의 빈곤 퇴치는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한국민이 이미 증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취의 원동력인 새마을운동은 세계 곳곳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제프리 삭스(56) 교수가 8일 대구의 경북도청을 찾아 ‘세계 빈곤 퇴치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50년 전 경북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새마을운동이 이제 세계 곳곳의 가난한 지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며 “그래서 경북도청을 직접 찾았다”고 말했다. 강연장에는 새마을지도자와 공무원·대학교수 등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삭스 교수는 자신이 설립해 운영을 맡고 있는 ‘유엔 밀레니엄 빌리지 조성 사업(MP)’에 경북도가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동참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MP와 손잡고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우간다의 4개 마을에서 새마을운동을 바탕으로 한국형 밀레니엄 빌리지를 조성 중이다.

 그는 “한국은 아프리카와 똑같이 빈곤을 겪었고 식민지 생활을 경험했다”며 “그래서 한국이 어떻게 일어섰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고 그 중심에 있는 새마을운동이 전 세계에 교훈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이 자리에서 유엔의 빈곤 퇴치 운동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2000년 더뎌지는 지구촌의 빈곤 퇴치를 지켜보며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새천년을 맞아 지구촌의 기아와 질병·빈곤 퇴치에 세계의 지도자들이 힘을 모으자는 것이었다. 몇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기아에 허덕이는 10억 명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모든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게 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여기서도 영감을 주었다. 남녀 성 평등과 영아와 산모의 사망률을 줄이자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빈곤국의 산모 사망률은 지금도 매년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마지막 목표는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 성장이었다. 그는 “한국은 녹색 성장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번 G20의 의제로도 선정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최근 들어 인터넷 공격을 자주 받는다고 밝혔다. 자신이 제안한 밀레니엄 빌리지 사업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헐뜯는 내용이 주류라고 했다. 삭스 교수는 “이 사업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빈곤 퇴치 성공사례를 잘 모른다”며 “그래서 이번에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인 경북을 직접 본 뒤 한국의 성공담을 전 세계에 들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으로 빈곤을 퇴치한 한국을 본받으면 지구촌이 빈곤을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고 2025년이면 대부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낙관의 근거로 지금의 세계는 한국이 빈곤 퇴치를 시작한 50년 전보다 의학·교통·통신 등이 훨씬 좋은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대구=송의호 기자

◆제프리 삭스 교수=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1980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교수진에 합류했다가 29세 때인 83년에 최연소 정교수가 됐다. 현재 콜럼비아대 교수와 지구환경소장을 맡고 있으며,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으로도 일하고 있다. 동유럽과 개발도상국의 거시정책과 경제개발이론을 주로 연구해 왔다. 『빈곤의 종말』『세계경제의 거시경제학』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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