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보석, 173년 이어온 ‘미의 정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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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다이아몬드 ‘바위 위의 새’.

“뉴욕 5번가(街) 57번로(路)의 ‘티파니’ 보석상 앞. 이른 아침, 택시에서 내린 오드리 헵번이 쇼윈도를 들여다보면서 프랑스빵을 먹기 시작한다.”

 상류층 귀족이나 드나들던 ‘티파니’보석가게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로 인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뉴욕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이 가게에는 요즘도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개장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티파니는 원래 문구·선물용품 가게로 출발했다. 1837년 스물다섯 살의 찰스 루이 티파니와 동업자인 존 영이 1000달러를 들여 우산과 중국도자기·시계·은세공품·청동제품 등을 팔았는데 다이아몬드와 금제품에 이르러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1850년에는 미국과 유럽을 잇는 최초의 대서양횡단 해저케이블 매설공사에서 남은 케이블조각들로 케이블 개통 기념 키홀더·팔찌 등을 만들어 팔아 대성공을 거두었다. 1885년에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미연방의 직인을 디자인해 지금도 달러 화폐에 그대로 인쇄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로 꼽혀 1886년에는 다이아몬드 세팅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6개의 발을 가진 ‘티파니 세팅’을 창시해 내기도 했다. 1878년 2백87.42캐럿의 다이아몬드를 90면(面) 커팅해 만들어낸 1백28.54캐럿의 환상적인 다이아몬드는 티파니 본사 1층에 전시되고 있다.

티파니 광고와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블루 박스’는 티파니의 상징이다. 폭이 넓은 흰 리본으로 산뜻하게 묶은 엷은 하늘색 상자가 그것이다. 티파니를 대표하는 이 컬러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했던 터키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현재 보석류는 물론 테이블웨어·식기류·선물용품·차이나웨어·크리스털·시계·문구류·핸드백·스카프·넥타이·향수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영빈관에서 사용되는 은제 식기나 슈퍼볼·PGA골프·NBA농구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의 우승 트로피도 만들고 있을 정도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점포를 갖고 있으며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돼 수천 명의 주주들에게 주식이 분산돼 있다. 지난 2009년의 매출액은 27억 달러(약3조원)에 달했다. 한국에는 서울과 부산·제주·분당 지역에 면세점과 백화점 등 14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이재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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