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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원의 밸런스 브레인] ‘틱’증상 급증한 이유 … 게임중독 인한 뇌 불균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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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유난히도 게임을 좋아하는 준구(13)의 틱증상은 7세 때 시작됐다. 주위에선 “틱은 치료 방법이 딱히 없으니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무조건 잘 해주면 없어진다”고들 했다. 그래서 준구의 부모는 약만 주고,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틱증상은 심해졌고, 주의력도 떨어져 또래와 잘 다퉜다. 강박증상도 심해졌다. 5학년이 되자 반에서 왕따를 당했다. 음성틱으로 수업을 받기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한의원 문을 두드렸다.

 틱이란 근육이나 발성기관을 본인 의지로 조절하지 못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틱증상을 앓고 있는 친구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한 반에 15~20% 정도가 틱증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증가 추이는 유전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틱이 스트레스 때문에 유발된다고 한다면 요즘 아이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먹고살기 힘들었던 옛 시절에는 도시락이 없어 점심 굶기를 밥 먹듯 했다. 머리 깎을 돈을 아끼기 위해 어머니가 손수 가위로 머리를 잘라주면 아이는 며칠간 고개도 못 들고 학교를 다녔다. 그 시절에는 단순히 시험 공부가 아닌 가난과 절망이 스트레스였다.

 틱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피하는 환경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이기는 힘은 뇌로부터 나온다. 또 뇌의 힘은 저하된 뇌기능을 높이는 운동을 통해 강화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운동과 같은 활동량이 부족하다. 시험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TV를 보거나 닌텐도·휴대전화·인터넷 게임을 하는 정적인 활동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놀이들은 반복적이고 단순해서 한쪽 뇌 기능만을 주로 자극하기 때문에 뇌의 기능적인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

 한쪽 뇌의 기능 저하로 좌우 뇌가 불균형적으로 발달하면 자율신경과 근육, 발성기관의 조절 능력을 감소시켜 틱을 유발한다. 또 이런 대뇌 불균형으로 과잉행동·사고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교감신경이 과흥분되면서 불안·초조·불면·강박증과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내원하는 아이들은 틱증상과 함께 ADD(주의력결핍)·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강박증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틱 장애가 오직 틱의 문제뿐 아니라 뇌의 불균형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을 보여준다.

변기원 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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