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의 마켓뷰] 약간 흔들려도 달리는 열차에 올라탈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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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잠시 주춤거리던 주식시장이 힘을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 행진을 다시 시작하며, 어느덧 2000을 바라보고 있다.

 그 원동력은 불확실성 해소다.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어찌 될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과연 생각하는 만큼 돈을 풀 것인지 결과를 점칠 수 없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한동안 증시는 상승 탄력을 잃었다. 그러나 이벤트들의 뚜껑이 열리면서 이런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증시는 상승 랠리에 재시동을 건 것이다. 결과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친기업 성향인 공화당이 이겼고, 큰 관심을 끌었던 FOMC의 돈줄 풀기(양적 완화)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이제 남은 관심 이벤트는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다.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거론된 ‘시장결정적 환율 제도’의 구체화와 ‘경상수지 목표치의 가이드라인’ 도출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사실 여기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없지 않다. 요즘 중국이 미국의 양적 완화에 대해 연일 포화를 퍼붓고 있고, 중·일 관계도 껄끄러워진 것을 보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낙관적인 견해들도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서로 의견을 조율해 세계 경기를 살리자는 공조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당초 예상했던 정도의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으로 보면 어려울 것 같고, 다른 쪽에서는 별 문제 없을 것이라 하고…. 대표적인 ‘불확실성’의 사례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시선을 돌려 보자. 외국인들은 올 들어 10월 말까지 한국 주식 16조28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9월과 10월, 두 달 동안에만 8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순매수의 배경은 한국 기업들의 호조와 원화 절상 흐름이다. 이런 배경은 하루 이틀 사이에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내년에 G20 회원국 중 중국·인도·인도네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돈줄 풀기로 인해 원화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건 악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엔화와 여타 신흥국 통화 역시 강세일 것이어서 수출 경쟁력 훼손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증시는 외국인에게 계속 매력적인 시장으로 남게 된다는 얘기다.

 증시 격언에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이슈들의 핵심은 환율과 경기부양정책 조율을 통해 ‘모두가 잘해보자’라는 것이지 판을 깨 파국으로 치닫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작은 조정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달리는 열차(증시)에 올라탈 때가 아닌가 한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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