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너·캔터·매카티, 미국 예산권 주무를 3자리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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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야당 공화당이 주도할 차기 하원 지도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원 의장은 존 베이너 의원이 일찌감치 예약했다. 하원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압박할 실질적이고 강력한 무기인 예산권을 쥐고 있어 의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공화당 내 하원 서열 2위인 원내대표는 에릭 캔터 현 원내총무가 맡아놨다. 다수당 원내대표는 하원 의사일정을 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하원에 법안을 상정할 수가 없다. 애초 캔터는 베이너와 불편한 관계로 알려졌으나 베이너가 강력한 차기 하원 의장 후보로 부상하자 먼저 허리를 굽혔다.

 캔터가 차지하고 있던 서열 3위 원내총무는 캘리포니아주 케빈 매카티 하원의원으로 좁혀졌다. 매카티와 캔터는 위스콘신주 폴 라이언 하원의원과 함께 자신들의 비전을 담은 『영 건(Young Guns)』이라는 책을 함께 출판하며 의기투합한 사이다. 캔터가 리더 격이고 매카티는 전략가, 라이언은 이론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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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열 4위인 의원총회 의장은 마이크 펜스 의원이 주지사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공석이 됐다. 캔터는 내심 당내 온건파인 텍사스주 젭 엔서링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그런데 3일 돌출변수가 불거졌다.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티파티(Tea Party)’ 사단의 미네소타주 미셸 배치맨 의원이 공개적으로 의원총회 의장 자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원의 상임위원회도 중요하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상임위원회를 독식하는 구조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상임위원장도 모두 바뀐다. 외교위원장엔 대북 강경파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이 유력하다. 외교위 산하의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으론 댄 버튼 의원과 도널드 맨줄로 의원이 경합 중이다. 한국 측에선 친한파인 버튼 의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버튼은 미국 의회 내 친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으로 2007년 일본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 2008년 한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 때 한국을 지원한 대표적 인물이다.

 상임위원장 가운데 가장 노른자위인 세입위원장은 데이브 캠프 의원이 앞서 있다. 세입위원회는 하원에서 한·미 FTA를 관장하는 상임위이기도 하다. 캠프는 대표적인 한·미 FTA 수정론자인 전임 민주당 샌더 래빈 의원보다는 친기업 성향이다. 그러나 그 역시 미국 자동차산업 근거지인 미시간주 출신이어서 한국 측에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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