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그려본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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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방 2개와 거실이 앞쪽에 배치된 3베이, 천연 화강석 현관 바닥과 온돌마루가 깔린 거실. 초고속 정보통신 건물 1등급 시설과 무인경비시스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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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제시한 기본형 건축비(평당 339만원)로 짓게 되는 상한제 아파트 실내 가상도다. 정부가 기본형 건축비 중 마감재 공사 등에 들어가는 직접공사비(평당 229만원)의 산정 기준으로 삼은 품목 등으로 재구성해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판교 등 택지

지구 내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이 정도 수준으로 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수준에 대해 업계는 대체로 '보통'이라는 반응이다.

◆분양가 추가 부담 적지만=정부가 기본형 건축비 산정의 모델로 삼은 아파트는 용적률 147%로 지어진 12~15층 10개 동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750가구짜리다. 전국 택지지구에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양된 단지 규모(경기도 평균 730가구)를 반영했다.

계단식.개별 난방방식이다. 바닥 두께는 바뀐 규정에 맞춰 기존 150mm에서 단열완충재가 들어간 180mm로 두껍다. 층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다.

이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각종 마감재는 ▶현관 잠금장치 디지털도어록▶거실벽지.천장지 실크▶침실바닥 륨 등이다. 주방 상판은 인조대리석이다. 지난해 11월 분양된 민간아파트 수준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통신설비 등으로 화장실에 인터폰.전화기 공용의 스피커폰을 단다. 비디오폰과 위성방송수신 시스템.홈시어터용 잭 등도 갖춘다.

플러스옵션제(소비자가 계약 때 추가로 구입) 시행으로 그동안 소비자의 추가 부담이 됐던 일부 품목도 기본형에 들어 있다. 4구형 쿡탑 가스레인지, 탈수식 음식물탈수기 등으로 100여만원 짜리다. 250만~300만원선인 새시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분양가 외에 추가되는 가격 부담이 4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관계자는 "플러스 옵션 품목까지 기본형 건축비에 반영해 소비자들의 추가 분양가 부담을 줄였다"며 "모델 아파트는 기본형 건축비 산정을 위한 기준일 뿐이고, 실제로는 건축비 범위 안에서 업체가 자율적으로 평면구조, 마감재 항목.품질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품질 고급화 어렵다"=업계는 기본형 건축비의 모델 아파트 수준이 현 추세와 비슷하지만 건축비 범위 안에서 품질을 높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기본형 건축비를 산정한 기준 시점(지난해 11월) 무렵인 지난해 10월 모델 아파트와 비슷한 단지 규모로 분양된 화성 동탄신도시 2차 단지들과 비교해 마감재 수준에선 큰 차이가 없다. 기본형 건축비 모델 아파트의 현관 바닥에 쓰인 천연 화강석은 일부 업체가 동탄에서 제공한 폴리싱타일 등보다 질이 좋다. 천연화강석이 폴리싱타일보다 50여만원 비싸다.

요즘 아파트들은 거실 바닥뿐 아니라 침실 바닥도 대부분 온돌마루로 시공한다. 다른 마감재 수준은 거의 같다. 하지만 정보통신에선 기본형 건축비 모델 아파트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외부에서 휴대전화 등으로 집안의 가전제품 등을 제어하는 홈네트워크시스템 설치가 지난해부터 보편화했는데 기본형 건축비엔 반영되지 않았다. '웰빙'강조로 필수품이 돼버린 공기 청정시스템도 빠졌다. 30평형대 전면 배치 방식에서도 4베이까지 나오면서 3베이는 뒤떨어진 평면이 됐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기본형 건축비 범위 안에서는 평범한 아파트밖에 짓지 못하고 고급화하기 힘들다"며 "홈네트워크 등 첨단설비 설치에 가구당 몇백만원씩 들어가고 베이를 늘리는 데도 공사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건축비 총액에 맞추다 보면 마감재 수준을 높이는 대신 평면을 무시해야 하거나 4베이 등으로 평면구조를 개선할 경우엔 마감 재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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