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엇갈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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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수 1000'을 오르내리는 한국 증시를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향후 세계 증시를 내다보는 시각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 메릴린치증권은 15일 "세계 펀드매니저들의 주식시장 선호도가 1999년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메릴린치는 전세계 주요 펀드매니저 3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분의 2 이상(68%)이 '주식 비중 확대'의견을 내놨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절반 가량인 45%가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낙관했다는 것이다.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게 좋겠다고 말한 펀드매니저는 9%에 불과했다. 펀드매니저들은 특히 일본과 신흥시장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 응답자들이 주무르는 자산의 총 규모는 994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1987년 뉴욕 증시 대폭락(블랙 먼데이)을 예측해 유명세를 탔던 투자분석가 마르크 파머는 "수개월 안에 세계 주식.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경고 사인을 내놨다.

마르크 파머는 블랙 먼데이는 물론 90년대 초반 일본경제의 거품 붕괴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잇달아 경고해 명성을 떨친 바 있다.

그는 세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최근 10년 간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 조만간 상승이든 하락이든 어느쪽으로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파머는 특히 "변동성이 낮은 수준을 보이면 대개 하락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향이 있다"며 세계 증시의 대폭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래 줄곧 "주식 및 채권,미술품.원자재.부동산을 포함한 세계 모든 자산시장에서 거품이 끼어 있다"며 당분간 자산시장에서 비켜 있을 것을 권유해 왔다. 한 증시 전문가는 "통상 펀드매니저들이 낙관론쪽으로 쏠려 있으면 증시가 과열돼 있거나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며 "하지만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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