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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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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인간에게 죽음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래서 죽음은 인간의 원초적 고민거리다. 종교와 철학이 죽음과 관련된 문제들에 매달려 온 이유다.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죽음에 의미를 부여했고, 누군가가 죽으면 망자(亡者)를 떠나보내는 경건하고 정성스러운 의식을 치렀다. 바로 장례(葬禮)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장례의식을 행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그만큼 장례는 인간사의 핵심인 것이다.

 장례는 지리적 조건과 환경, 생활습관, 신앙이 빚어낸 풍습이다. 그러니 민족마다 그 모습이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우리 장례문화의 근본은 효(孝)다. 옛사람들은 효의 실천을 부모가 살았을 때 예의로 섬기는 것 못지않게 죽었을 때 예의를 갖춰 장례와 제사를 모시는 것으로 생각했다. 율곡 이이가 『격몽요결』에서 증자(曾子)의 말을 빌려 남긴 가르침은 이렇다. “사람은 스스로 정성을 지극히 하는 자가 있지 않으나, 반드시 어버이의 상에는 지극히 해야 할 것이다. 죽은 이를 장사 지내는 것은 어버이를 섬기는 큰 예절이다.”

 『고려사』가 전하는 고려시대 장례 모습도 정성 그 자체다. “초상이 나면 무당이나 스님을 불러다 제를 드리는데, 상에 가득 제물을 진설해 놓고 종과 북을 울리며 죽은 이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천도재를 지낸다. 때로는 장례를 치르는 비용이 과다해 가산을 탕진하기까지 한다.” 장례가 대사(大事) 중의 대사였으니 그랬을 법도 하다. 남해 섬 지역의 초분(草墳) 풍속도 장례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보여준다. 장남이 고기잡이를 떠났을 때 부모가 죽으면 풀로 가묘를 썼다가 아들이 돌아온 뒤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모습은 달라도 여러 장례의 공통점은 죽은 자의 승천(昇天)이기 십상이다. 티베트에선 매장을 가장 가치 없는 사람에게 치러주는 장례로 여긴다. 최상의 장례는 천장(天葬)이다.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임으로써 영혼의 승천을 축원한다. 중국 소수 민족의 현관장(懸棺葬)도 관을 절벽 높은 곳에 매달아 영혼의 승천과 안식을 기원한다.

 상조회사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람상조·한라상조에 이어 현대종합상조 회장과 대표가 엊그제 회사 돈 13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자신이나 가족의 죽음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을 우롱한 것이다. 장례는 단순한 사후 처리가 아니다. 죽은 자와 산 자 모두를 위해 성스럽게 치러져야 하는 의식이다. 장례를 가지고 장난치는 못된 버릇은 장사(葬事)지내야 마땅하다.

김남중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