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중국 공장서 진품 만드니 짝퉁이 사라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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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윤윤수 회장


Q.윤 회장은 이른바 ‘역발상 경영’으로 유명한데, 역발상 경영이 뭔가요. 역발상 경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케이스 스터디할 만한 사례를 소개해 주시죠. 역발상도 스스로 훈련하면 잘할 수 있나요. 윤윤수 표 경영의 요체가 무엇입니까.

A.역발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저는 생각의 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거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거꾸로 생각하거나 생각하는 방향을 조금 트는 겁니다. 그러면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면 먼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바로 생각에서 나옵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데는 경험이 아주 유용합니다.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겁니다. 생각의 전환은 좀처럼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학습되지 않습니다. 가령 MBA를 했다고 해서 생각의 전환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역발상은 창의력의 산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로지 경험이 스승이죠.

제가 한 역발상으로 흔히 휠라 본사의 인수 건을 꼽습니다. 2007년 3월 저는 휠라 본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휠라의 라이선시(라이선스 사업자)였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은 5년 단위로 하는데 만료 후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더욱이 5년이란 시간은 금방 갑니다. 그래서 라이선시는 항상 불안하고 사업이 잘돼도 큰 투자를 할 수가 없죠. 계약이 끝나면 언제든 라이선스를 회수해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라이선스 계약을 평생 동안으로 연장해 주고 평생 낼 로열티의 절반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내도록 해야겠다는 발상을 하게 된 겁니다. 전 세계의 휠라 라이선시들에게 제가 오너가 되면 평생 재계약을 걱정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해 줄 테니 로열티의 절반을 선불로 내라고 했죠. 오너 같은 느낌을 평생 보장해 주는 대신 매출액의 8%인 로열티 중 4%를 선로열티로 받겠다고 제안한 겁니다. 나머지 4%는 전처럼 매년 내고요.

결국 중국·남미·유럽·일본 등 전 세계 라이선시들에게서 윤윤수가 휠라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선로열티를 지급하겠다는 의향서를 받아냈습니다. 이 의향서를 모아 이번엔 외환은행을 찾아갔습니다. 마침내 4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자금 중 4분의 3을 은행에서 빌렸죠. 외환은행과는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조달하고 선로열티를 받아 그 빚을 갚아나기로 거래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기업 인수는 한국 금융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죠.

은행 빚은 안정성을 보장해 주고 받은 선로열티로 2008년 2월 말 다 갚았습니다. 외환은행과 약속한 상환 시한이 2008년 6월 말이었는데 넉 달 앞당겨 전액 상환했습니다.
라이선시 입장에 서 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발상을 할 수 없습니다. 본사 즉 라이선서는 갑이고 라이선시는 을이기 때문이죠. 갑의 위치에만 있었던 과거의 오너들은 이런 생각을 하려야 할 수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죠. 사실 라이선시와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비즈니스를 잘해야 라이선서도 이익이 많이 납니다. 그러니 라이선시를 잘 모셔야 되는 거죠. 이것도 역발상이고,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상생이죠.

역발상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자신감도 필요합니다. 저는 계약기간이 단기인 문제를 해결해 주면 선로열티를 받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휠라가 전 세계에 진출했지만 가장 성공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래서 휠라의 각국 라이선시들은 휠라 코리아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들이 과거 회의 때 본사 측에 이런 저런 문제 제기하는 것을 접하면서 나중에 제가 대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휠라 비즈니스를 가장 잘했기 때문에 이들도 저에 대해 인정을 했었죠.

또 하나의 역발상이 중국 푸젠(福建)성 진장(晉江)시에서 휠라의 신발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휠라 본사를 인수한 후 제가 중국 내 생산거점을 진장으로 옮겼습니다. 진장은 중국에서 신발산업이 가장 먼저 꽃피운 곳입니다. 주로 내수용 신발을 생산하죠.

진장은 또 중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짝퉁 생산기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이 도시에 가기를 싫어해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문제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만든 신발로는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겁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진장에선 광저우의 절반이면 되거든요. 저희로서는 양질의 노동력를 싼 값에 확보하는 셈이죠.

저희가 들어가고 나서 짝퉁 휠라를 만드는 공장은 전부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저희가 고발을 하면 문제가 커지니까 생산을 못하는 겁니다. 결국 브랜드를 완전히 대청소했죠. 짝퉁 소굴에 들어가 진품 공장을 차린 것 역시 사고의 전환입니다.

내년엔 생산량의 40%만 진장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소싱할 겁니다. 진장 쪽도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더라도 제때 납품이 안 되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야말로 브랜드 비즈니스의 생존을 담보합니다. 브랜드 비즈니스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저희가 제조공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 이유죠.

절반의 선로열티를 받고서 라이선시와의 계약을 장기로 전환한 것, 라이선서지만 라이선시를 모시는 정책을 쓰는 것, 가짜가 판치는 지역에 들어가 비용 가격을 50%로 낮추고 가짜를 몰아낸 것이 모두 역발상이 낳은 아이디어들입니다. 휠라와의 30년 경험이 그 산실이죠. 톱다운 방식의 경영을 지양하고 느슨한 관리를 통해 로컬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준 것도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 주효했습니다.

저의 비즈니스 스토리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생각 끝에 아이디어가 나오고, 사고의 전환도 이루어지죠. 사고의 전환이야말로 저의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입니다. 한마디로 역발상을 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획·정리=이필재 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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