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타는 청계천 비리 수사] 14억 어디 썼나 집중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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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 수사가 청계천 주변의 재개발사업 비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로RED 대표 길모(35)씨 부자가 벌인 로비 행각.

검찰은 양윤재(56)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과 김일주(53) 전 한나라당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을 구속한 데 이어 서울시 공무원 등 5~6명을 출국금지했다. 길씨가 양 부시장과 김씨 이외에 또 다른 돈 로비를 벌인 흔적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길씨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관련 사업과 무관한 김씨에게 14억원이나 건넨 사실에 주목하며 돈의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김씨는 전주고 출신으로 고려대 정외과를 나와 1990년대 초반 고려대 교육대학원 조교수로 재직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95년 통합민주당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한나라당에 합류해 97년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의 사회교육 담당 특보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시장과는 같은 당 소속이며 고려대 동문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양 부시장에게는 2억800만원을 건넨 길씨가 김씨의 말만 믿고 14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줬다는 점은 김씨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가 이 시장을 팔고 다니면서 길씨의 돈으로 서울시 공무원에게 로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시장이 비리에 연루된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이 김씨와 길씨를 직접 만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함에 따라 이 사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관련 부서인 청계천복원추진본부.주택국.도시계획국 직원 등은 삼삼오오 모여 검찰 수사의 파장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검찰 수사가 청계천 복원사업은 물론 뉴타운 사업과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 서울시 대형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미래로RED=캐나다 국적인 길씨가 2003년 자본금 2억4000만원으로 설립한 부동산 개발회사. 청계천 주변인 서울 중구 삼각동에 3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하기 위해 캐나다 교민 등에게서 5000억여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고도제한과 관련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가 떨어지지 않아 사업이 지연돼 매월 50억원 이상의 이자를 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병주.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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