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우물… 대성엘리베이터 최성률 - 최용화 부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 대성엘리베이터의 창업주인 최성률 전 회장(右)과 아들 최용화 회장. 이들은 30년 가까이 갈고 닦은 기술력으로 다국적 엘리베이터 업체와 당당히 겨루고 있다. 신인섭 기자

2조원이 넘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외국업체들의 경연장이다. 업계 선두권인 LG·동양·중앙 엘리베이터가 최근 몇 년 사이 모두 외국업체들에게 넘어 갔다. 여기에 미쯔비시·코네·후지테크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직접 뛰어 들어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국내업체로는 현대엘리베이터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시장 판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중소 엘리베이터 업체가 있다.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대성엘리베이터(www.dselevator.co.kr)다. 최용화(50) 회장의 부친인 최성률(75) 전 회장이 1979년 만든 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독자기술로 1분에 180m를 이동할 수 있는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를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는 크게 기계실이 필요한 종류와 필요없는 종류로 나뉜다. 기계실이 필요한 엘리베이터는 건물 꼭대기에 기계실 전용층을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많이 들고 옥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가 인기지만 이 방식은 속도를 빨리 낼 수가 없어 고층용으로 쓰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대성엘리베이터는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의 한계속도로 인식돼온 분당 105m를 훌쩍 뛰어넘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고층 빌딩에도 적용할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회사는 '1대1 로프 설치'라는 방식을 택했다. 도르레를 6개에서 4개로 줄이고, 무게를 지탱하는 와이어 소켓의 위치를 옥상에서 엘리베이터 바로 위로 바꿨다.

구동모터는 독일업체에 특별 주문해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올해초 열린경영연구원이 주는 기술혁신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 30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는 신기술 개발 이후 주문이 쌓이고 있다. 벌써 100억원의 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과 수출 계약도 했다. 이 회사는 최근 엘리베이터 안전 장치 기술도 개발했다. 갑작스럽게 정전이 돼 엘리베이터가 급정거할 경우 탑승자들에게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동차처럼 브레이크 부분에 ABS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최 회장은 "30년 가까이 엘리베이터 한 품목만 연구하고 생산했기 때문에 대기업과도 겨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엘리베이터에 평생을 매달려온 부친의 '최씨 고집'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200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회사 핵심 기술진 6명은 20년 넘게 엘리베이터와 씨름한 베테랑이다. 이 업체에도 추락 위기가 있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아 대형 빌딩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고,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도직전까지 몰렸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외국업체에서 기술을 팔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 아직도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은 모자라지만 국산 엘리베이터 제품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글=윤창희 기자<theplay@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