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도 가족적 분위기가 성공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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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TG社의 이수동 회장은 '백악관을 지키는 사이버 보안관'으로 통한다.

미 국무부.국방부 등 42개 연방정부 부처를 상대로 보안.안보분야의 소프트웨어.솔루션 등을 판매하는 STG社는 소수 민족이 운영하는 회사로는 이례적으로 미 연방정부 IT관련 수주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고려대에서 강의하는 이수동 SGT사 회장.

미 국무부의 비자발급 시스템이나, 국방부의 첨단 작전체계(C4I)도 그와 STG社 1700여명의 종업원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986년 설립된 이 회사는 MS, IBM, 오라클 등 세계적인 IT 기업과 경쟁하며 2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장은 8일 모교인 고려대를 찾았다. 자신의 성공비결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다. 이 대학 산업공학과 69학번인 그는 강의 장소인 고대 우당기념관 강당을 가득 메운 700여명의 학생들에게 "서비스 사업의 가치는 결국 직원 만족에서 비롯된다"며 "가족적인 분위기의 직장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말했다.

그는 기업 운영을 집을 짓는 일에 비유, "관리자는 인재라는 재료를 찾는 목수의 역할을 충실히 할때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은 신입 사원 한 사람 뽑는데에도, 손수 면접장에 참여해 인재를 골랐다"며 "신입사원을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기업과 함께 커나갈 재목으로 봤기에 회장까지 직접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이어 "IT 산업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의식에 입각한 끈끈한 기업문화가 또 다른 성공요인"이라 말했다.

'시스템 구축을 통한 목표의 달성'이라는 미국식 인재 경영과 '인화단결을 통한 공동 목표의 추구'라는 한국식 인재경영을 적절하게 혼합한 것이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라는 것이다.

STG社는 ▲경쟁적인 보상체계 ▲체계적인 경력관리 ▲장기 인력관리 비전수립이라는 '미국적인' 인사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가족의식'을 기본으로 한 직원의 인적자산관리(Human Asset Management)와 우수인력 소개 채용시 보상제도 등을 더하고 있다.

또 임원급의 주요 임무로 '전략적인 인재채용'이 명시되어 있을 만큼 인재를 소중히 여긴다.

이 회장은 "MCI사에서 과장급 직원으로 일하던 80년대 중반, 가족에 대한 안부와 '매일 늦게까지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당시 McGowan 회장의 이 메일에 감격해 더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런 작은 배려가 직원들을 솔선수범하게하는 것"이라 웃으며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요즘 한국에선 취업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젊은 학생들일수록 용기.희망.비전.열정 등을 가지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졸업 후 중앙일보 동양방송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9년 맨주먹으로 미국에 건너가 컴퓨터 관련 일로 고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파산 등으로 이민 1년 만에 첫 직장을 잃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프로그래머 조수 자리에 취직했고, 몇 군데 회사를 거쳐 통신 대기업인 MCI에 입사했다.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성실성 등을 바탕으로 입사 4년만에 수석 프로그래머로 초고속 승진을 한 이 회장은 1986년 회사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하도급 업체를 설립해 독립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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