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이 아빠’ 김종석씨의 자녀 교육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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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아이와 놀아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면 좋은 아빠라고 하기는 어렵다. 남은 두 달만이라도 아이와 열심히 노는 아빠가 돼보는 건 어떨까? 마음은 굴뚝같지만 막상 아이와 10분도 제대로 놀지 못해 고민이라면 뚝딱이 아빠 김종석(사진)씨의 노하우를 눈여겨 보자.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들 문화 이해하라

 알록달록한 옷과 튀는 안경, 독특한 모자. 누구나 한 번쯤은 힐끗거리며 쳐다볼 법한 옷차림이지만 김씨는 개의치 않는다. 아이들의 눈으로 봤을 땐 전혀 이상한 차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EBS 딩동댕 유치원에서 20년째 뚝딱이 아빠로 살고 있는 김씨는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좋은 아빠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대개 ‘아빠는 점잖고 무게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 틀을 깨고 ‘바보 같다’는 핀잔을 들을 각오로 망가져야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서정대학 유아교육과 부교수이기도 한 그는 얼마 전 학교에서 선정한 최우수 교수가 됐다. 그의 유아교육 노하우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아이를 ‘넘버 원(Number One)’이 아닌 ‘유니크 원(Unique One)’이 되도록 키워라. 둘째, 아이를 게임·패스트푸드·과도한 사교육으로부터 해방시켜라. 셋째,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줘라. “의자를 처음 보는 아이에게 ‘의자 다리는 4개야’라고 가르치는 것은 상상력을 가로막는 일이에요. ‘의자는 앉는 것’이라고만 알려주면 다리가 없는 의자부터 동그란 의자까지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죠.”

 김씨는 “아이의 창의력과 감성을 발달시키는 방법 중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은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옛날 어른들은 ‘아이는 알아서 논다’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아이와 노는 것을 ‘놀아 준다’고 표현했다. ‘함께 논다’는 생각이 없어서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창의성을 키워나간다. 이 과정은 부모와의 유대 관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빠가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확 달라집니다.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 정성을 들여 아이와 놀아야 합니다. 아이와 놀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10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사물과 자연, 스킨십 나누는 자체가 훌륭한 교구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두뇌를 자극해 창의력을 길러준다. 아이와 노는 데 값비싼 장난감이나 거창한 교수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널린 다양한 사물과 자연, 아빠와 스킨십을 나누는 그 자체가 훌륭한 교구가 된다. 김씨는 “완제품 형태의 장난감은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TV와 컴퓨터도 아이들의 뇌를 황폐화시키고 자제력을 떨어뜨리는 해로운 놀이감으로 꼽았다.

 이불과 베개, 침대만 있어도 얼마든지 아이와 즐겁게 놀 수 있다. 불이 꺼진 깜깜한 방에서 이불 속에 들어가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 부자관계가 돈독해지고 무서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가르칠 수 있다. 거실에 이불을 펼쳐 놓고 아이를 그 위에 앉힌 다음, 이불 양끝을 잡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양탄자 놀이를 하면 균형감각을 익히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불에 아이를 뉘어놓고 돌돌 마는 김밥 놀이, 침대 위에 여러 개의 베개를 세워놓고 작은 공을 던져 맞추는 박격포 놀이도 민첩성과 순발력을 길러준다.

 밖으로 나가면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하늘·나무·꽃·벌레 등 자연에서 만나는 것은 모든 것이 아이의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야외놀이를 할 때는 사소한 자연현상이라도 자세히 관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돋보기로 애벌레를 관찰하고 사진에서 보던 것과 어떻게 다른지 말해보게 하거나,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을 보며 무슨 모양일까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한다.

 김씨는 “아이들은 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줄 아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꽃과 나무, 조약돌과 흙을 가지고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말했다.

#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가 알려주는 재미있는 놀이

▶ 실내놀이

1. 두더지 잡기 : 아빠는 이불 속에 들어가고 아이는 이불 밖에서 쿠션을 들고 있다 아빠가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쿠션으로 머리를 때린다.
2.아빠 발등에 올라가 함께 걷기 : 아빠 발등 위에 한 발씩 올려 손을 맞잡고 걸어본다.
3. 상자로 성 만들기 : 크고 작은 박스를 이용해 멋진 성이나 집을 만들어 본다.
4. 아빠 팔뚝에 매달리기 : 아빠의 팔뚝을 철봉 삼아 매달리기나 턱걸이를 해본다.
5. 아빠와 목욕하며 거품놀이 하기 : 비누거품을 만들어 타일이나 거울에 그림을 그려 본다. 바가지에 누가 거품을 많이 담나 내기를 해도 된다.

▶ 야외놀이
1. 커다란 나뭇잎에 구멍을 내서 가면 만들기
2. 억새풀을 귀에 꽂아 토끼 흉내 내기
3. 돌멩이에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기
4. 꽃잎을 빻아 천연물감 만들어 보기
5. 나뭇잎 배를 만들어 물 위에 띄워보기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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