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버핏의 기부가 빛나는 건 박애정신 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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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호 11면

21, 22일 양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기업사회공헌(CSR) 포럼은 갈라디너 형식의 아시아 CSR 대상 시상식으로 막을 내렸다. 직장환경, 건강보건, 환경보호, 빈곤경감, 교육 지원 및 개선 등 5개 분야에 99개 기업 141개 프로그램이 경합해 말레이시아의 ASTRO 방송과 크래프트 푸드 필리핀 등이 수상했다.

“박애주의에서 우러나온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자선적 기부야말로 얼마나 파급력이 큽니까. 그런 정신이 결여된 기업사회공헌(CSR)은 오래 지속될 수도 없습니다.”
“CSR은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서부터 자선적 기부활동까지 모두 포괄한 개념입니다. 단순한 박애주의 정신보다 CSR을 더욱 장려해야 하는 건 그 때문입니다.”

21~22일 열린 아시아 기업사회공헌 포럼의 열띤 토론 현장

22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크라운플라자 호텔의 대회의장. 제9회 아시아 CSR 포럼 이틀째 전체 세션은 ‘우리는 박애주의 정신보다 CSR을 더 장려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찬반 논쟁으로 금세 뜨겁게 달궈졌다. 미주와 유럽 기업들의 아시아 지사와 아시아 기업들의 CSR 책임자, 아시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정부·비영리기관 관계자 등 27개국 340여 명의 포럼 참가자들에겐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다름없이 오래된 논쟁이었다. 하지만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랠프 소렌슨 명예교수, 부르나이 경제발전위원회의 다토 파두카 티모시 옹 위원장 등 4명의 토론자나 대회의장을 가득 메운 청중은 끝까지 진지함을 잃지 않고 박애주의 정신과 CSR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21일부터 이틀간 오전과 오후 6곳의 회의장에서 동시에 진행된 30개의 특별세션도 강연자의 발표에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분위기였다. 관통하는 주제는 한마디로 ‘착하게 경영하면서 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식자재 공급자나 직원들에 대한 처우 등 ‘착한 경영’을 하면서도 급성장한 미국의 유기농식품업체 홀푸드마켓과 같이 잘 알려진 사례도 발표됐지만, 세계 유수의 모바일 통신업체인 텔레노 그룹의 CSR 전략이나, 한국의 국제협력단(KOICA)과 비슷한 독일의 GTZ의 기업 컨설팅 사례 등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2002년부터 포럼을 9년째 주최해온 필리핀 아시아경영대학원 CSR센터의 필립 알폰소 센터장은 “아시아지역에서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엔 다른 선진 기업들이 사업과 CSR을 접목해온 방법을 벤치마킹할 수 있고 현지 비정부·비영리기관들과도 전략적 사회공헌의 파트너십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포럼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포스코와 SK 텔레콤의 CSR 관계자들이 참가해 교류의 폭을 넓혔다. 특별세션에서 한국 기업들의 사례를 발표한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민 정서 때문에 사회공헌을 경제적 이익이나 경영전략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 아직 부담스러워 한다”며 “아시아시장 진출 등 글로벌화를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사회공헌을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는 사업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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