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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아시아 독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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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의 ‘대(對)아태 지역 전략’에 대해 연설을 하기 위해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카할라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호놀룰루 신화통신=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방위 총력 외교를 선언했다. 클린턴 장관은 28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미국의 목표는 아태 지역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외교적 역량(the full range of our diplomatic assets)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대(對)아태 지역 전략’이라는 주제로 연설하며 “최고위급 관료와 개발 전문가 및 광범위한 문제와 관련된 우리 팀들을 아태 국가들의 수도와 모든 구석구석에 보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이런 발언은 최근 위안화 환율,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석방 및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 힘겨루기가 격화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클린턴의 순방 시점이 중국이 외교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기여서 그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클린턴은 다음 달 8일까지 12일간 중국·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 아태 지역 7개국을 방문한다.

 클린턴은 “이번 아태 순방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선제적 외교정책(forward-deployed diplomacy)의 일환으로 이 지역 국가들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감안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과 내가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이 중요한 지역(아시아)의 외교정책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제 외교가에선 “클린턴의 이번 순방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 “아시아 분리 통치”의구심=클린턴의 이번 순방 동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방문한다. 오바마는 다음 달 6~14일 인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한국·일본 등을 들른다.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동시에 아시아 외교에 동원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신들은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점에서 미국이 이런 외교전을 펼치는 것은 중국 견제와 관련한 아시아 국가들의 비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내가 아태 지역을 나눠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오바마의 첫 방문국이 인도라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클린턴은 “인도는 미국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고 치켜세우면서 “인도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이 아시아에 대해 분리 통치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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