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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회담 퇴짜 맞은 북 … “파국 결과” 위협 직후 도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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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군이 29일 중동부 최전방 우리 군 GP(초소)로 사격을 가한 사건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의 총격 도발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북한군은 구경 14.5㎜ 기관총(대공포)으로 아군 GP를 향해 사격했는데 총탄은 GP 건물의 하단부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북한군이 기관총을 우리 GP를 향해 조준은 했지만 정확하게 맞히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또 기관총은 방아쇠를 한 번 당기면 여러 발이 동시에 발사되는데 딱 두 발만 쏜 것은 사격 상태를 수동으로 바꿔 한 발씩 사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군에 위협은 하면서 그 수위는 높이지 않은 셈이다. 고도의 의도적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의 이번 도발은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데 따른 보복성으로도 볼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 19일 북한이 제안한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 제의를 거부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북한의 실무회담 개최 제의에 대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입장과 태도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실무회담 개최는 의미가 없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28일 북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북 군사회담 북측대표단 대변인은 이날 “대화 거절로 초래되는 북남 관계의 파국적 후과(결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통감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북측은 “쌍방 합의이행을 공공연히 회피하는 남측의 무모한 도발 행위에 대해 우리 군대는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으로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남측을 위협했다.

 북한군의 총격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된 우리 측의 대비 태세를 떠보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27일부터 최고 수준의 군사대비 태세에 돌입했다”면서 “다음 달 13일까지 대북 감시수준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군은 미군의 U-2 정찰기 등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북한에 대한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한·미연합군은 지·해·공 합동전력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북한의 총격 도발은 최근 북한이 보여온 유화 제스처와는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당장 30일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년 만에 이뤄진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강산사업과 같은 실무적·개별적 수준의 해법으로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어렵다”며 “보다 큰 틀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국감에 참석한 정보위 의원들은 원 원장의 발언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북한군이 우발적으로 우리 초소에 총격을 가했다는 해석도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 “이산상봉 행사 예정대로 실시”=통일부 당국자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이산가족 상봉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현재 강원도 속초에 북측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4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집결해 있다”며 “모든 준비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내일부터 예정대로 상봉 행사를 실시하는 데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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