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면소재 고교서 ' 골든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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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구 4200여명뿐인 시골 면(面) 소재 고교에서 '골든벨'이 울렸다.

주인공은 경북 구미시 장천면에 소재한 오상고 3학년 박정애(19.사진)양.

박양은 지난 8일 이 학교에서 진행된 KBS의 '도전 골든벨'프로그램 녹화에서 48번째 골든벨 주인공이 됐다.

이날 50번 마지막 문제는 '법과 사회'분야였다. 박양은'유언으로 유산이 사회단체 등에 기부될 때 법적으로 가족에게 남겨야 할 몫이 무엇이냐'는 문제에 '유류분'이란 답을 적어 들어올렸다.

운 좋게도 2학년 사회 시간에 배운 기억이 떠올랐던 것. 숨 죽인 채 녹화장을 지켜보던 학생과 주민들은 정답이 확인되는 순간 일제히 함성을 떠뜨렸다. 이날 도전 골든벨은 예선자 100명이 도전한 뒤 42번 문제부터 박양 혼자 도전의 길을 걸었다.

문제를 푸는 동안 한 차례 고비도 있었다. 46번 문제에서 러시아 음악이 흘러나왔으나 그는 순간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용케 위기를 넘겼다.

박양은 벼농사를 짓는 부모 아래서 자라 가정 형편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그는 "학교 공부도 잘하는 편이 아닌데… 친구들과 학교에 기쁨을 안겨 행복하다"며 "초.중학교때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 읽은 것이 큰 힘이 된 것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상고는 구미시 도심에서 20㎞쯤 떨어진 장천면에 자리잡은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형적인 시골 고교.

이 학교 장준재 교장은 "박양이 울린 골든벨은 개교 60주년을 축하하는 것은 물론 장천면 전체의 경사"라며 "지난달 구미여고에서 동시에 두명이 골든벨을 울린 직후여서 구미시민들의 격려 전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양은 부상으로 받는 해외배낭여행은 수능시험을 친 뒤 인도를 한번 가볼 계획이다. 인도는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것. 그는 앞으로 책도 실컷 읽고 적성에도 맞는 것같아 도서관 사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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