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웃기는 캐릭터 배꼽 좀 잡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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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감독 : 추창민

주연 : 이문식.이정진.여운계.김을동.김수미.김형자

장르 : 코미디 등급 : 15세

홈페이지 : www.mapado.com

20자평 : 할머니와 총각들이 빚어내는 어설픈 감동, 글쎄…

외딴 섬에 사는 다섯 할머니가 있다. 20년 동안 남자 구경이라곤 못 해본 할머니들 앞에 싱싱한 총각 둘이 제 발로 기어 들어온다. 도시에서는 나름대로 폼 잡는 건달이고, 구린 놈 옆구리 찔러 돈 뜯어낼 만큼 무서울 것 없는 형사라도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고립된 섬에선 당연히 할머니들 밥일 수밖에.

'마파도'는 이런 설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재미를 주는 영화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총각이야"라고 반색하며 걸쭉한 입담과 욕설로 일단 기선을 제압한 뒤 남자들을 머슴처럼 부려먹는, 누구나 상상 가능한 해프닝 말이다. 게다가 할머니들이 어디 보통 할머니들인가. 손만 들면 매를 부르는 왈패 할멈 여수댁 김을동, 입만 열면 욕 나오는 욕쟁이 할매 진안댁 김수미, 밭 매러 갈 때도 진한 화장을 하는 주책없는 마산댁 김형자,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 할매 여운계까지-. 베테랑 안방 마님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거기에 어느덧 주연으로 자리 잡은 이문식의 뺀질거리고 능글맞은 연기도 일품이다. 하지만 '마파도'는 이 설정, 이 캐스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만 충실하게 보여준다. 개성이 확실한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웃기는 TV 코미디물 '봉숭아 학당'처럼 배우들의 개인기에 기댄 영화며, 촌로들의 엉뚱함으로 웃음을 자아냈던 '좋은 세상 만들기'처럼 순진한 영화라고나 할까. 딱 요만큼만 보고 싶은 관객이 아니라면 어설픈 해피엔딩, 거기에 막판의 어설픈 감동도 좀 식상할 수 있겠다.

'마파도'의 초반은 지난해 의외의 성공을 거뒀던 '시실리 2㎞'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번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160억원에 당첨된 로또 복권. 다방 아가씨 장미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직 조폭의 로또 복권을 들고 튄다. 이를 찾으러 건달 재철(이정진)과 구린 비리 형사 충수(이문식)가 장미의 고향 마파도로 향한다. 마파도는 대마와 노파만 있는 섬이라는 뜻의 가상의 섬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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