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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혹시 우리 아이도 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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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여섯 살 때. 자기 키만한 드라이버를 들고 휘두르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그냥 놀러 가는 마음으로 아빠를 따라 골프장에 다녔다. 주니어 공식 대회에 출전한 건 골프채를 잡은 지 정확히 1년 뒤. 그때가 사실상 '머리를 얹는' 첫 라운드였다. 타수는 92타. 1등이었다.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는 '골프 신동' 양자령(10.사진)양의 이야기다.

소녀는 지금 태국에 살고 있다. 태국 언론은 한국 국적의 이 소녀를 '세계 최정상 골프 천재 소녀'라며 치켜세우기 바쁘다. 골프를 시작한 지 이제 3년 남짓. 그러나 지금껏 출전한 성인.주니어 대회에서 무려 28번이나 우승했다. 2위와는 대개 20여 타 차 이상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주니어 월드 마스터스 챔피언십' 우승을 계기로 미국 무대에도 진출하게 됐다.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11개 주니어 대회에 초청받았다. '제2의 미셸 위'라는 칭송이 섣부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1m39㎝.39㎏의 작은 체구. 그러나 드라이브 거리는 200야드를 훌쩍 넘긴다. 폭발적인 스윙을 보노라면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왜 골프를 이렇게 잘 치는지는 소녀의 부모도 신기할 따름이다. 집안에 운동선수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공부도 잘한다.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전교 수석을 놓친 적이 없다. 한국어.영어.태국어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골프연습은 기껏해야 하루 1시간 정도. 나머지 시간은 보통의 어린아이들처럼 놀고 책읽고 숙제하며 보낸다.

아버지 양길수(44)씨의 말. "어린 나이에 골프에 이토록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게 감사할 뿐입니다. 우연한 기회가 아니었다면 저도 자령이를 공부에만 매달리게 했겠죠.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고 싶지만 강요할 마음은 없습니다. 혹시 애가 더 커서 또 다른 길을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미.적분 수학 문제를 척척 풀고, 어려운 단어를 술술 외우는 것만이 신동은 아닙니다. 운동만 잘해도, 요리나 미용을 잘해도 신동 대접을 받는 세상입니다. 그걸로 자신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바로 이 시대의 신동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애는 공부는 안 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라며 너무 속상해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혹시 압니까, 그 말썽꾸러기가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로 성장할지.

'공부'라는 테두리에만 갇혀 아이를 바라보고 있진 않으십니까. 이번 주 week&은 자기만의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는 신동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독자 여러분, 그리고 독자님의 자녀도 알고보면 '신동'입니다. 누구나 나름대로 고유한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니까요. 다만 그 '탤런트'를 제대로 찾아내 얼마나 계발하느냐가 관건이겠죠. 그건 당연히 부모의 몫 아닐까요?

글=정제원.최민우 기자<newspoet@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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