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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07> 알면 돈 되는 노동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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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국가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핏줄 역할을 하는 것이 근로자입니다. 그들의 땀방울이 모아져 기업이 성장하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하지만 근로 제공과 임금 지급,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에 혈전이 생기면 그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게 됩니다. 근로자의 임금이 나라 경제의 기초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은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이런 보호제도를 잘 알면 돈이 됩니다. 근로자에게 유용한 제도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소개합니다.

김기찬 기자

대졸이 고졸로 속여 입사 땐 해고사유

[일러스트=강일구]

요즘 청년들의 취업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회사에 들어가려고 편법을 쓰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학력을 낮춰 생산직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대졸자를 생산직으로 뽑지 않습니다. 생산직은 사무직과 달리 정년이 거의 보장됩니다. 그렇다고 생산직의 임금이 낮지도 않습니다. 연장근무, 야근, 휴일근무에 따른 수당이 월급 뺨칠 정도로 많은 경우도 대부분입니다. 현대중공업은 고졸 생산직 초임이 연 3000만원 정도입니다. 정년퇴직 때쯤에는 1억원을 훌쩍 넘깁니다. 자녀와 본인의 장학금은 물론이고 근속연수가 길면 부부 해외여행도 회사가 시켜줍니다. 퇴직 뒤 일정 기간 동안 촉탁직으로 더 근무할 수도 있습니다. 취업에 목을 매는 대졸자들에게 이런 자리는 매력적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력서를 쓸 때 대학 졸업 사실을 숨기고 고졸로 학력을 바꾸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설령 채용이 되더라도 오래 일할 수는 없습니다. 학력을 속이면 해고사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학력은 업무 수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학력으로 역차별을 받는 것이다’라고 항변해도 소용없습니다. 법원은 이런 학력 위조를 ‘노사 간의 신뢰 형성과 질서 유지를 위해 정직성·적응성·정착성 등 전인격을 판단하는 기업의 판단을 그르치는 행위’(대법원 1999년 3월, 2007년 11월)로 봅니다. 그래서 해고를 해도 정당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다 치르고 당당하게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입사한 지 3개월도 안 돼 능력이 안 된다며 퇴사토록 하는 겁니다. 입사자로서는 속이 터질 노릇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기업이 사람을 뽑은 뒤 수습사원 발령을 냅니다. 법률 용어로는 시용기간이라고 합니다. 회사 안에서 업무를 주고 테스트하는 기간이라는 뜻이지요. 이 기간 동안 기업은 개개인을 평가합니다. 평가성적이 좋지 않으면 채용이 거부되기도 합니다. ‘시용기간은 근로자의 업무능력·자질·인품·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는 기간(대법원 91년)입니다. 따라서 이 평가에서 낙제를 받으면 채용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상 입사의 최종 관문이자 최종 면접인 셈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평가 없이 무턱대고 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무효입니다.

입사 전에 주의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인턴사원으로 채용이 됐는데, 정식으로 근무하기 전에 일을 해달라고 기업이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체로 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는 임금 등의 불이익을 받아도 항의할 수 없습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근로 제공(근로자)과 임금 지급(사용자)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을 한다면 반드시 근로계약서부터 작성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표 냈다고 무조건 안나오면 무단결근

사표를 냈기 때문에 무조건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될까요? 아닙니다. 사표를 낸 뒤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면 매달 임금이 지급되는 날까지는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단결근이 됩니다. 예컨대 매달 21일이 급여 지급일인데 근로자가 그달 3일에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나오도록 권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월급날까지 근로관계가 지속됩니다. 따라서 회사는 무단결근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결근으로 처리되면 그달치 월급은 줄어들겠지요. 당연히 퇴직 전 평균임금의 3개월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퇴직금도 줄어듭니다.

근무기간이 정해진 근로자는 사직서를 내는 데 신중해야 합니다. 근로계약 만료 전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하면 사용자가 고용계약 위반으로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2년간 일하기로 한 사람이 느닷없이 다른 회사로 옮기려고 퇴사하면 금전적 책임을 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분별한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혼탁을 막고, 노동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회사를 떠날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계속 일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근로기준법 제7조 강제근로의 금지). 일방적인 퇴사에 따른 회사의 손해에 대한 책임은 묻되 근로자의 퇴직의사는 존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용직 근로자도 90일간 산전후 휴가 가능

관공서나 기업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여성분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출산을 하면 출산휴가를 쓸 수 있을까요? 쓸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4조는 90일의 임산부보호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용직이라는 점인데요.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그 날로 근로관계가 끝나는 실질적인 의미의 일용직 근로자라면 산전후 휴가를 사용자가 줄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임금을 매일 계산해 산정할 뿐 상시 고용된 상태의 일용직(수당직, 일당직, 임시직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립니다)이라면 90일간 산전후 휴가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일용직이라도 임신했다는 이유로 퇴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팁으로 알아두시면 좋을 것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육아휴직 연령이 만 1세까지였습니다. 그래서 출산휴가를 다녀 온 뒤 여성근로자는 사실상 육아휴직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이 가능한 연령이 2007년 6월부터 6세 이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따라서 산전후 휴가와 별도로 육아휴직을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남녀를 불문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부 근로자인 경우 여성근로자가 1년을 쓰고, 중복되지 않는 기간에 배우자인 남성근로자가 1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데, 남편이 동시에 쓰려고 할 경우에는 사용자가 허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사용자가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됩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기간은 승급, 퇴직금, 연차휴가일수 산정 등의 기초가 되는 근속기간에 포함됩니다. 육아휴직이 끝난 뒤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합니다.

임금 체불 근로자에 대한 무료 법률 지원 절차

체불사건 접수(지방고용노동관서) → 체불 금품 내역 조사 → 체불 금품 내역 확정 → 체불 금품 확인원 발급 → 무료법률구조신청(대한법률구조공단)

퇴직금이 줄어드는 사례

퇴직금은 퇴직하기 직전 3개월치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

▶월급날이 21일인 근로자
3일 사표 제출 → 회사 사표 수리 않음 → 근로자 사표 제출 뒤 출근 않음 → 무단결근 처리 → 사표 낸 달의 월급 감소 → 퇴직금 감소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
합법적인 파업 참여 : 퇴직 → 파업 참여 기간은 퇴직금 산정때 제외 → 정상적인 퇴직금 수령
불법 파업 참여 : 퇴직 → 파업 참여 기간, 무노동·무임금 적용 → 퇴직금 감소

▶질병으로 일하지 못한 근로자
회사 허락 얻어 일하지 않은 근로자 : 퇴직 → 치료를 위해 쉰날짜는 퇴직금 산정 때 제외 → 정상적인 퇴직금 수령
회사 허락 안 얻고 쉰 근로자 : 퇴직 → 결근 처리 → 퇴직금 감소

 회사 도산땐 퇴직금 등 최대 1560만원 국가가 지급

회사의 경영사정이 안 좋아 임금을 제때 못 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근로자는 이때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통해 사업주의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을 압류할 수 있습니다. 소송을 무료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임금체불 사실을 신고하고, 체불확인원을 발급받은 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찾아가면 됩니다.

회사가 도산했다면 임금과 휴업수당·퇴직금까지 국가가 대신 지급하기도 합니다. 이를 체당금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도산한 지 2년 안에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하면 체불된 최종 3개월 분의 임금과 수당, 퇴직금을 줍니다. 퇴직 당시 연령을 기준으로 최대 156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생계비도 대출해 줍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사업자(불법 건설업자)에게 고용돼 일할 경우는 어떨까요. 이때는 그 업체에 하도급을 준 원청업체에 임금 지급을 요구하면 됩니다. 근로기준법에서 불법업체에 하도급한 원청업체에 임금의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단체협약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반드시 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물건 등으로 지급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퇴직금을 산정할 때는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퇴직금은 1년 이상 일한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퇴직하기 이전 3개월치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근속연수를 곱해서 산정합니다. 그런데 병으로 일을 못하다 퇴직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일을 못한 기간 동안의 월급이 형편없을 겁니다. 퇴직금도 확 줄게 되겠지요. 그래서 근로기준법에는 퇴직금 산정을 할 때 제외해야 하는 기간을 명시해 놨습니다. ▶수습기간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기간 ▶일을 하다 입은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 ▶합법적인 쟁의행위(파업) 기간 ▶예비군훈련이나 민방위훈련 때문에 일하지 못한 기간 ▶업무 외 부상이나 질병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승인을 얻어 휴업한 기간 등은 퇴직금 산정 때 제외됩니다. 대신 위법한 쟁의행위에 참여했다 퇴직했다면 그 기간은 포함됩니다. 퇴직금이 줄겠지요.

이런 퇴직금 산정방법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퇴직하기 직전 3개월 동안 야간·휴일·연장근무를 집중적으로 함으로써 퇴직금 산정의 기준금액을 확 올리는 것입니다. 퇴직금이 두둑해지는 것입니다.

노무법인 등에는 출퇴근과 관련된 문의도 많이 들어옵니다. 근로기준법상 출·퇴근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만 회사버스와 같은 사용자가 관리·감독하는 수단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다 다친 경우에는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가용이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다 다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사용자의 관리·감독권이 산업재해 판정의 중요한 기준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회사 전체의 체육대회나 회식·등산 등의 행사 과정에서 다친 경우에도 산업재해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때로 물량이 부족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일 수도 있고, 경기가 좋아도 특정 업종에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납니다. 근로자들은 불안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때도 근로자는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영난과 같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근로기준법 제46조).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입니다. 경영이 어려워도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계속 고용하면 지급한 임금의 2분의 1 내지 3분의 2를 고용보험기금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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