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1년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추출] 中. 기술적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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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상으로는 변화 없음'.

지난해 뇌.척수 신경 이상으로 전신에 경련과 마비 증상이 있는 루게릭 환자 김모(47)씨에게 줄기세포 시술을 한 한양대병원 최기섭(재활의학)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병세가 호전됐다'는 환자와 가족의 반응과는 판이했다. 근육의 떨림이 줄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만 의학적으로 치료효과를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언급은 우리나라 줄기세포 치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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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기만 한 배아줄기세포 치료=2002년 미국의 한 연구소에선 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파킨슨병에 걸린 쥐에게 이식했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증상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쥐는 몸속에 암이 생겨 곧 죽고 말았다.

배아줄기세포가 풀어야 할 첫째 난제는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노재규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를 면역력이 없는 쥐에 주입하면 100% 기형종양(암)이 생기며, 면역력이 있는 쥐도 3개월 이상 지켜보면 역시 기형종양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주는 치료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기초연구 수준이다. 치료유전자란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면 즉시 공격하는 일종의 자살특공대다.

또 다른 과제는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키우는 기술력의 부족이다. 줄기세포는 마치 럭비공과 같아서 어떤 세포로 자랄지 알 수가 없다. 만일 원하지 않는 세포로 자란다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병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210여 종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 중 조절이 가능한 것은 신경세포 정도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는 "배아줄기세포 치료를 실용화하기 위해선 원치 않는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막는 기술이 먼저 개발돼야 한다"며 "이러한 기초연구조차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환자 몸에 줄기세포를 주입한 뒤 생기는 거부반응도 해결해야 한다. 골수은행처럼 수많은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보관해 두었다가 유전자형이 맞는 환자에게 주입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충분한 줄기세포를 확보해야 하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 쉬운 일은 아니다.

◆효과 검증 안 된 성체줄기세포 치료=지난해 6월 교통사고로 경추(목뼈) 6,7번이 골절돼 하반신 마비가 된 양모(43)씨.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결과 손의 운동신경과 발의 감각이 돌아왔고, 팔굽혀펴기까지 할 정도가 됐다. 그가 감동한 가장 큰 일은 사라졌던 대변 배설 감각이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치료 효과는 더 이상 진전이 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줄기세포 임상시험은 양씨의 경우처럼 모두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성체 줄기세포 치료는 안전성도 어느 정도 확보돼 있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하는 이유는 양씨와 같은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체 줄기세포 시술 후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양씨와 같은 과정을 경험한다. 연구진은 줄기세포가 왜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지, 그렇다고 줄기세포를 다시 주입하면 효과가 지속될지에 답하지 못한다. 얼마만큼의 줄기세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주입해야 효과를 보는지가 분명치 않다. 최적의 치료 방법을 확립하지 못한 것이다.

치료의 재현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같은 방법으로 같은 양을 주입해도 치료효과가 천차만별인 것이다.

가톨릭의대 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는 "줄기세포 때문에 증상이 개선됐는지, 효과가 없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아무도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에 필요한 줄기세포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는 것도 임상의사들의 고민이다. 성체 줄기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증식력도 배아줄기세포보다 훨씬 떨어진다.

막대하게 들어가는 치료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불확실한 치료효과를 위해 30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일부 기관의 시술비는 난치병 환자에게 큰 부담이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 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대안이 없는 환자이니 실험대상이라도 되는 편이 낫다"며 "국가가 시술비의 일부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 특별취재팀
고종관.김정수 기자, 황세희(의학).박방주(과학).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

김동우.정윤아 대학생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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