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모터쇼, 작은 차들끼리 한판 유럽-미국 '깜찍한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지난 수 년간 유럽 시장에서 사실상 벤츠와 BMW에 대적할 자동차 회사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 철갑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영자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난 3일자 제네바모터쇼 관련 기사에서 미국 자동차회사인 제네럴모터스(GM)의 한 임원의 말을 이같이 인용했다. 지난 1일 개막한 제 75회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는 유럽차의 아성에 도전하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차의 '한 판 승부'로 요약된다. 여기에 일본 도요타 등도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히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는 소형차를 개발해 이번 모터쇼에 공개했다


<그래픽 크게보기>

GM의 캐딜락이 이번 모터쇼에 공개한 차는 소형 고급세단 '캐딜락 BLS'. 캐딜락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나온 소형차다. '베이비 캐딜락'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차는 현대차의 아반떼 XD보다 조금 크지만 성능은 대형차에 못지 않다. 이 차는 250마력짜리 6기통 2800㏄엔진을 장착했다. 자회사인 사브의 소형차 9-3의 플랫폼에 캐딜락 특유의 디자인을 입혔다. GM은 유럽 내 경쟁 차종인 BMW3시리즈와 벤츠C클래스보다 값을 다소 싸게 책정할 예정이다. 크라이슬러도 그동안 유럽시장에 내놓지 않았던 닷지 브랜드를 소형 세단 형태로 만들어 공개했다. '닷지 캘리버'라는 이 차는 유럽인이 좋아하는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이다. 1.8ℓ.2.0ℓ.2.4ℓ 등 세 가지 가솔린 엔진과 2.0ℓ 디젤 엔진 등 4종류가 있다. 포드자동차의 유럽법인인 포드 유럽도 미니밴 형태의 'SAV(Sports Activity Vehicle)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세단인 몬데오와 갤럭시 미니밴의 중간 형태인 크로스오버(스타일의 경계를 넘어선) 차량이다. 일본 도요타는 '아이고(AYGO)'라는 이름의 미니카를 공개했다. 도요타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 그룹과 합작해 개발한 이 차는 배기량이 1000㏄다. 도요타 측은 "유럽 미니카 시장을 목표로 가솔린 엔진 기술이 뛰어난 도요타와 첨단 디젤 엔진 기술을 가진 푸조가 손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 한국차, 소형에서 대형까지 새로운 차종 대거 출품해

현대.기아.쌍용차 등 국내업체들은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 신차를 대거 출품해 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차를 중심으로 공개한 미국.일본차와 전략을 달리했다. 지난해 파리 모터쇼에서 NF쏘나타를 공개했던 현대차는 이번에 등급을 한 단계 높여 그랜저XG의 후속모델인 'TG(프로젝트 명.수출명 그랜저)'를 내놨다. 지금껏 소형차 위주로 판매해오던 유럽시장에 고급 대형차를 내놓고 미국.유럽차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233마력의 3300cc '람다 엔진'을 탑재해 출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길이(전장)는 4895㎜, 폭은 1845㎜로 기존 그랜저XG보다 각각 20㎜ 길고 넓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모터쇼를 계기로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모두 유럽시장에 선보이게 됐다"며 "유럽 소비자들이 폭 넓게 선택할 수 있게 다양한 차종을 내놨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신형 프라이드(수출명 리오)를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5도어 해치백 모델로 만들어 공개했다. 이 외에도 모닝(수출명 피칸토).쎄라토.쏘렌토 등 모두 10종의 차를 내놨다. 기아차는 올해 유럽시장에 신차를 투입하고 딜러망도 확대해 지난해(26만4412대)보다 56% 늘어난 41만2000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제네바 모터쇼에 9년 만에 참가한 쌍용차는 '로디우스 유럽형'을 주력 차종으로 내놨다. 지능형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을 적용해 성능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