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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고 김기영 감독 장편 데뷔작 ‘죽엄의 상자’ 미국서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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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고 김기영(1919~98)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미국에서 발견됐다. 김한상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은 미국 메릴랜드대 국립문서기획관리청(NARA)에서 김 감독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1955·사진)를 찾아냈다고 26일 밝혔다.

 ‘죽엄의 상자’는 주한 미 공보원 산하 리버티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반공영화다. 최무룡·강효실이 출연했다. 공비(노능걸)의 폭탄테러 음모를 분쇄하려는 경찰관(최무룡)의 활약상을 그렸다. ‘스릴러 감독’ 김기영의 단초가 나타난 작품으로 알려진다.

 ‘죽엄의 상자’는 해방 이후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동시녹음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발견된 필름의 사운드는 유실된 상태다. 김 연구원은 “남아있는 이미지만으로도 김 감독의 영화적 실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문헌에는 ‘죽음의 상자’나 ‘주검의 상자’로 전해져 왔으나 오프닝 크레딧에 ‘죽엄의 상자’로 돼있다”며 “이는 유골상자(주검의 상자)와 시한폭탄 상자(죽음의 상자)라는 중의적 의미를 반영한 듯 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다음 달 15일 하버드대에서 열리는 학술행사에서 이번 발굴을 기초로 ‘냉전과 한국 내셔널시네마의 혼종적 기원: 김기영 감독 데뷔작부터 발굴까지’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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