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열정으로 빚는 와인이 고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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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요즘 프랑스에선 와인 소비가 주춤거리고 있지만 고급 와인의 수요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이지요."

세계 최고급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샤토 오브리옹'의 소유주인 룩셈부르크의 로베르(37) 왕자가 6일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와인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샤토 오브리옹은 프랑스 와인에 대한 등급 분류가 시작된 1855년 이래 '1등급'의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왔다. 로베르 왕자는 "햇빛.토양 등 천혜의 기후조건에 인간의 노력이 결합돼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샤토 오브리옹의 경우 델머스 가문에서 3대째 와인메이커를 맡아 장인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전통적인 나무통이 아니라 스테인리스스틸통에서 3주 간 발효시킨 뒤 다시 나무통으로 옮겨 숙성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비법 중 하나다.

많은 보르도 와인업자가 최근 몇년새 남미.호주 등 신대륙 와인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은 것과 달리, "샤토 오브리옹은 소량을 한정 생산하며 고급품의 이미지를 유지한 덕분에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로베르 왕자는 전했다.

샤토 오브리옹을 가업으로 이어받은 미국인 어머니 조앤 딜론과 작고한 룩셈부르크의 샤를 왕자 사이에 태어난 로베르 왕자는 1997년 와인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예술.스포츠 전반에 관심이 많고 한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와인은 내겐 사업이라기 보다 열정 그 자체"라고 와인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로베르 왕자는 8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와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에게 제대로 된 와인 음미법을 묻자 "먼저 색깔을 즐기고 향을 맡은 뒤 맛을 본다. 다음엔 잔을 내려놓고 함께 한 사람들과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라"고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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