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선언 후 3주…군당국 "무력시위 할까" 경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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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2월 10일 핵 보유 선언을 한 데 이어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미사일 문제에 어떤 구속도 받고 있지 않다"며 시험발사 유예 방침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군은 북한의 추가 후속 조치가 군사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3주가 지난 아직까지는 별다른 조짐이 없다. 그러나 과거 선례를 보면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시도할 때 한반도에 군사적인 긴장감을 조성해 왔다. 1995년 북한이 북.미 장성급 회담을 추진할 때도 군사분계선을 수시로 침범하면서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 했다.

◆서해상 침범=북한 해군사령부는 올 들어 남한 해군이 북한 수역을 일곱차례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해군 함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역에서 수행 중인 정상적인 경계활동을 폈음에도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그은 북측 군사 수역은 NLL보다 훨씬 남쪽을 지난다. 백령도.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가 대부분 포함된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이 올 들어 부쩍 우리 해군의 북한 수역 침범을 주장하는 것은 서해에서의 남북 해군 간 충돌에 대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로 북한이 위기에 몰릴 경우 그 돌파구로 해상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간 긴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기 위한 전술이다.

3월부터는 꽃게철을 앞두고 어망 설치작업이 시작돼 자연 서해 NLL 부근에서 남북 해군이 부딪치게 된다. 이 때문에 해군은 함정의 경계활동을 평소보다 북쪽으로 올려 작전을 펼치고 있다. 또 북한에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지난해 합의한 남북 해군 간 공용주파수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비무장지대 긴장 고조=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은 곧바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수단이 된다. 북한은 정전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비무장지대에서 잦은 도발을 해 왔다.

따라서 군 당국은 북한에 먼저 빌미를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남측에서 오발로 북한 진지에 총기를 발사하자 합동참모본부는 4분 만에 곧바로 해당 일선부대를 통해 확성기로 "오발"이라고 알렸다.

예전 같으면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한참 지난 뒤에 통보할 사안이다. 전방의 대북 확성기는 지난해 6월 이후 대북 선전방송이 중단돼 가동하지 않았다.

◆미사일 실험=군 당국이 우려하는 북한의 후속조치 가운데 하나가 미사일 실험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이 개발 중인 대포동 2호 등의 발사 실험을 곧바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 한 단계 아래 카드인 탄도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이나 동.서해에서 전술적인 지대함 미사일 발사 실험이 예상된다고 군 관계자가 말했다. 과거에도 이런 실험을 시도한 적이 있다. 군 정보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장을 비롯한 주요 시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별다른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는데 이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군 상부에서는 서해 함대사령부에 "경거망동하지 마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군관계자는 전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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