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신상린] 2010 미스코리아가 상하이 교민 사회의 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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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된 것에 대해)모든 교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상하이 교민사회의 큰 자랑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 (당선자는) 상하이에서 공부를 하고 있거나 생활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는 꿈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하이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많은 주재원 및 교민들에게는, ‘엄친딸’이 되어 자녀를 키우는 일종의 롤모델이 된 것 같다.” “… 이것 (중국 출신 지원자가 미스코리아에 입상한 것)이 일종의 SIGNAL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화의 중심축 이동이다. 미국에만 오리엔트되었던 생활 문화에서 중국의 영향이 적절히 조합되는 형태로의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0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직후인 지난 8월 상하이 교민 대상 매체 중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 받는 주간지에 실린 사설의 주요 내용(원문 링크:http://www.shanghaijournal.com/news.php?code=&m=&mode=view&num=23687&page=1&wr=cwt)이다. 사설을 읽는 동안 글쓴이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상해한국상회 회장의 딸이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된 것이 교민 사회의 큰 영광이고, 그녀가 많은 상하이 거주 유학생들에게 롤모델이며, 심지어 미국 지향의 생활 문화에서 중국의 영향이 미치는 형태로의 변화의 신호라는 주장들에 말이다.

먼저, 졸자는 2010 미스코리아 진 당선자 본인에 대한 신변잡기에는 관심이 없기에 실명도 거론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위의 내용 중 몇 가지를 반박함에 있어 2010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로부터 공개된 공식 프로필의 몇 가지 내용은 인용하고자 한다.

먼저,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는 그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신윤동욱에 따르면, 지난 98년 성형 수술 파동을 시작으로, 99년 안티미스코리아 운동 개시, 02년 3개 지상파 방송사 중계권 구입 거부, 04년 수영복 공개 심사 폐지 등 ‘여성 상품화’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대회 존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여성 상품화’ 라는 반대의 목소리에 대항할만한 명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이, 게다가 단지 수상자의 아버지가 적(籍)을 두고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상하이 교민사회의 큰 자랑이자 영광이라고 치켜세우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수상자는 미스코리아 상하이도 아니며(미스코리아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외 교포 혹은 재외 국민의 경우, 북미, 일본에서만 선발한다), 상하이 교민 사회를 위한 일련의 활동을 했다는 소식도 들어본 적 없다. 영광(榮光, Glory)의 사전적 의미는 ‘빛나고 아름다운 영예’를 말한다.

둘째로, 롤 모델(Role-model)의 ‘사전적 의미는 존경하며 본받고 싶도록 모범이 되는 사람’이다. 상하이에서 자녀를 키우는 많은 주재원 및 교민들 중 과연 몇 명이나 당신 딸들을 ‘신체적인 아름다움도 뛰어나고, 4개 국어에 능통한데다가 연예인이 되는 것에는 흥미가 없고 현재 미국 대학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나면 장차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그녀’처럼 키우고 싶어할지 의문이다. 여성의 미모는 타고 나는 것이기에 자랑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신체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것(성형수술 경험의 유무를 떠나)이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 대상 항목은 아니다. 열 아홉 살의 나이에 4개 국어에 능통하려면 – 언어학적인 수재가 아니라면 - 본인 노력 이외에 부모의 경제적 지원(중국 내에서의 국제 학교 입학, 사교육 등)이 절대 필요 조건이다. 아울러, 공식 프로필 상 그녀는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에 입학했다. ‘엄친딸’의 조건 중 대학 랭킹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그래도 최소한 전미 50위 혹은 세계 100위 내 대학은 다녀야 ‘엄친딸’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 남부의 최고 명문 복단대학(复旦大学)이나 중국의 자존심 북경대학(北京大学)도 세계 랭킹 100위안에 포함된다.

굳이 수상자의 대학 랭킹까지 언급을 하는 건, 해당 사설의 내용 전개에 그 원인을 둔다. 사설에서는 수상자가 주는 의미가 미국 위주의 생활, 교육 문화에서 중국의 영향이 적절히 조합되는 ‘문화 중심축의 이동’ 이라는 거시적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막상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미국 국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 진학한 수상자를 그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자는 국제학교인 상해미국학교(SAS, Shanghai American School)를 졸업했고, 미국 대학으로 진학했다. 또한,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자택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고소득층만이 거주 가능한 속칭 별장식 주택 단지에서 거주해왔다. 사설에서 이야기하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신세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이 졸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졸자는 한 집단 내에서 어떤 사건, 사고에 대해 다양한 시선, 의견, 혹은 목소리를 내고 듣고 토론하는 것은 집단 전체 의견을 통일하기 위함이 아닌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만족을 위한, 일종의 외식적(外飾的) 행동이라 가정해왔다. 그렇기에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 의견, 혹은 주장이 마치 전체의 의견인 듯 피력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며, 그에 대한 과오를 줄이는 것이 좀 더 스스로를 발전 시키는 방법이라 믿는다.

수상자의 아버지가 상하이 교민 사회를 위해 수고한 이유로, 자녀의 수상을 축하해주고 싶은 교민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녀처럼 당신 딸들을 키우고 싶은 부모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상하이 교민이 함께 진심으로 축하거나 교민 사회의 영광으로 생각할 일은 절대 아니다. 적어도 졸자와 주변은 그렇게 생각한다. 역시 상하이 거주 재외국민이다.

마지막으로 본 수상 소식이 우선 배치된 상해한국상회의 공식 보도자료가 본 칼럼 게재 후 교민 대상 언론 매체들에 발송되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그리고 며칠 뒤, 상하이 교민 사회의 영광의 주역의 이름은 모 가수와의 열애설로 인해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신상린 복단대학 관리학원 중국마케팅센터 수석연구원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차이나 인사이트'가 외부 필진을 보강했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칼럼을 차이나 인사이트에 싣고 싶으신 분들은 이메일(jci@joongang.co.kr)이나 중국포털 Go! China의 '백가쟁명 코너(클릭)를 통해 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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