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러시아 훈련장 임차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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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러시아군의 훈련장을 임차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극동군관구사령부를 방문한 정수성 1군 사령관이 유리 야쿠보프 극동군관구사령관에게 훈련장 임차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러시아 측이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표시했다고 4일 밝혔다. 군 당국이 해외 훈련장을 임차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은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을 맡고 있는 극동군관구사령부에는 가로 50㎞, 세로 30㎞ 크기의 초대형 군사훈련장 세 곳이 있다. 이와 관련, 정 사령관은 러시아 방문 중 신병.분대장을 대상으로 하는 392훈련센터와 볼콘스키훈련장 등을 시찰했다.

육군은 그동안 비좁은 훈련장 때문에 고민해 왔다. 국내에선 전차부대가 사격하면서 기동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 전방사단에서 전차 사격훈련을 하다 포탄이 바위에 비껴 맞아 민가 지역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일도 있다.

특히 야포 사격훈련이나 사단 및 연대급 훈련은 넓은 지역이 필요하다. 야포 사격훈련은 사격하는 진지와 포탄이 떨어지는 표적지역까지의 거리가 20~30㎞다. 육군의 유일한 야포 사격장인 경기도 연천군 다락대 사격장은 야포 진지와 사격장 사이에 민가지역이 있다. 이 때문에 간혹 포탄이 민가지역 부근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훈련장들은 대대급 규모가 최대다. 그래서 사단 및 연대급 훈련은 부대 밖에서 실시한다. 훈련 뒤엔 전차와 트럭 등에 뭉개진 논밭을 복구해줘야 한다. 러시아의 초대형 훈련장에선 이런 문제점들이 모두 해결된다.

하지만 외국에서 훈련하려면 난관도 많다. 우선 대규모 병력과 전투장비를 옮기는 게 문제다. 전차는 무게가 50t가량 된다. 야포.트럭 등 엄청난 물량을 수송해야 한다. 해상수송 후 블라디보스토크 항에서 하바로프스크까지는 공중수송을 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물론 엄청난 규모의 전투력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훈련인 측면도 있다. 지난해 지진해일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자위대를 급파한 것도 이런 기동훈련의 일환이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하면 러시아 훈련장 임차는 검토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1군 사령관의 이번 극동군관구사령부 방문은 2002년 시작된 야전군사령관급 군사교류의 일환이다. 1군은 러시아, 2군은 일본 자위대, 3군은 중국과 군사교류를 하고 있다. 1군은 러시아 극동군과 실무장교의 상호방문 등 군사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바로잡습니다

3월 5일자 1면 '육군, 러시아 훈련장 임대 검토' 기사는 한국 육군이 러시아 훈련장을 빌리는 것이므로 '임대'가 아니라 '임차'가 맞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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