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주 5일제 앞두고 서울 한복판서 홍보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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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지역의 관광자원을 알리는 사진들이 줄지어 걸려있다. 신인섭기자

'서울 손님을 잡아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치열한 광고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7월 주5일 근무제의 본격 실시를 앞두고 서울.수도권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서울의 지하철 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대형 관광 홍보 사진을 내걸거나 전광판을 이용해 지역의 관광자원을 알리고 있다.

◆ 불붙는 광고전= 경북 영주시는 지난 1일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동 로터리에 있는 대형 전광판(가로 11m, 세로 7m)에 '선비의 고장 영주로 오세요'란 제목의 23초짜리 광고를 매일 144회 내보내고 있다.

문경시는 지난해 5월부터 지하철 1호선 전동차에 '하늘과 땅이 맞닿은 길'이란 내용의 광고를 하고 있다. 경주시도 지난해 4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벽과 지하철역에 석굴암.문무대왕릉 등을 담은 사진을 내걸었다. 충남도 내 16개 시.군은 도로부터 1억8000만원을 지원받아 3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에 광고를 한다. 거창군도 서울시청 앞 전광판에 지역 관광 명소와 특산물을 알리고 있다.

◆ 아이디어 싸움= 서울시민의 눈길을 잡으려는 지자체의 광고 문구 아이디어 싸움도 치열하다. 부석사가 있는 영주시는 '극락으로 오르는 행복한 순례 부석사' '지조의 숨결 선비촌' 등 유교.불교 문화의 신비로움을 강조했다.

문경새재의 흙길 6.5㎞를 관광자원화한 문경시는 '웰빙'을 강조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길' '맨발로 걸어가는 부드러운 산길'이란 문구를 크게 쓰고, 광고판의 배경은 연두색으로 칠했다. '신라의 달밤' 등 야간 관광을 상품으로 내놓은 경주시는 안압지.첨성대 등의 야경을 광고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은 26일 열리는 '동백꽃 주꾸미 축제'광고물에 등장하는 주꾸미를 캐리커처로 처리했다. 부여군은 광고 문구를 '3000 궁녀가 진짜 3000명이었을까'라고 의문형으로 제작했다. '청정 이미지'를 강조하는 청양군은 광고를 사진 대신 수채화로 처리했다.

◆ 효과=지자체가 투자하는 광고비는 최고 3억원 정도지만 효과는 이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금까지 관광 관련 매체 등에 광고해 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주시는 지난해 250만 명이던 관광객이 올해는 300만 명으로 2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3, 4일 서울 지하철 1, 2호선 열차에 '고추.구기자 축제'를 광고한 충남 청양군은 관광객 수가 2003년보다 30% 이상 늘었다. 축제 관광객 1만5000명을 조사한 결과 20%가 지하철 광고를 보고 왔다고 답했다고 한다. 계명대 김상무(63.관광경영) 교수는 "서울.수도권 주민의 유치가 지역 관광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서울 지하철 광고는 훌륭한 관광 마케팅 기법"이라고 말했다.

대구=홍권삼,대전=김방현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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