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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행정도시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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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행정수도 특별법 문제로 취임 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최근 당명 개정 추진이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받은 데 이어 2일 밤에는 행정수도 합의 반대파 의원들이 당론을 거부한 채 본회의장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3일 이재오.김문수.권철현 의원 등 반대파 의원 30여 명은 '수도 지키기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 과반수가 반대하는 기형적 수도 분할의 수도이전법안을 법사위 위헌성 심의도 없이 날치기 해버렸다"며 "국민과 함께 위헌심판 청구를 비롯, 기형적 수도 분할의 수도 이전을 저지하는 저항의 불길을 일으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당분간 지도부에 대한 공격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나 일종의 '당 내 당'성격이어서 결국 박 대표 체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 사퇴까지 공언한 박세일 정책위의장 등 상당수 당직자가 특별법 처리에 반발해 당직을 던진 것도 박 대표에게는 고민이다. 이날 박재완 의원 등 정조위원장 5명과 박진 국제위원장이 당직 사퇴를 표명했다. 전재희의원은 이날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원내 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지도부는 특히 박 대표가 공을 들여 영입한 박 위원장에게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무성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종 논의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당직을 사퇴하고 의원직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말에 책임을 질지 두고 보겠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 상황이 당장 박 대표 퇴진이나 분당 사태 등으로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대그룹에 '중간 보스'급이 상당수 포함되긴 했지만 동조하는 의원은 전체의 30% 수준이어서 지도부와 정면 대결을 벌이기엔 세 부족이다. 행정수도 반대 투쟁의 핵심 인물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당분간 이 문제에 침묵을 지키기로 한 것도 박 대표의 당 수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의원이나 이규택.이강두 최고위원 등 중진들도 박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행정수도 후속 대책과 관련, "국회 지역균형발전소위에선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190개를 어디로 옮기느냐가 정치적 협상이 될 수 있다"며 "야당으로서 철저히 접근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행정수도 문제가 일단락된 이상 공공기관 이전 문제로 논의의 초점을 옮겨 국면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박 대표가 며칠간 냉각기를 거치면서 반대파 의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당 분열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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