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보고서] "OECD 부자나라도 빈곤아동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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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에서도 빈곤아동이 늘고 있다"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1일 발표했다.

이날 독일을 비롯한 각국에서 배포된 '부자나라의 아동 빈곤 2005'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탈리아의 유니세프 이노센티 리서치센터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언급된 빈곤이란 개념은 국가별로 상대적이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아동의 절반 이상이 기초적인 의료지원과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처럼 절대빈곤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가구당 수입이 해당 국가 평균소득의 절반 이하인 저소득층의 가난한 아동을 가리킨다. 이 기준에 따르면 OECD 전체 회원국에서 약 4500만명의 아동이 상대적 빈곤아동으로 분류된다.

보고서는 1990년대 이후 10년간 OECD의 24개 회원국 가운데 무려 17개 국가에서 빈곤아동이 더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멕시코의 아동빈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진 두 나라의 아동빈곤 비율은 20%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덴마크.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3% 미만을 기록했다. 저소득층과 아동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빈곤아동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베를린의 유니세프 독일위원회 측은 "아동빈곤은 국가의 사회복지 부문에 대한 관심 및 지출과 뚜렷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 국민총생산(GNP)의 5% 미만을 사회복지 부문에 투자하는 국가에선 아동의 15% 이상이 빈곤 속에 살고 있다. GNP의 10% 이상을 사회복지 부문에 투자하는 덴마크와 벨기에 등에선 아동빈곤 비율이 10% 아래로 뚝 떨어졌다. 독일과 영국 등은 사회복지비 지출이 높은 편이지만 아동빈곤 해결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편 독일은 OECD 국가 중 빈곤아동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로 조사됐다. 90년대 이후 아동 빈곤비율이 2.7%포인트 높아졌다. 독일에는 현재 150만명의 아동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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