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증여세 탈루 왜 고발 안했나” 세무조사 봐주기 의혹 집중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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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현동 국세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차명계좌 근절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일 기획재정부·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태광그룹에 대한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이 최대 쟁점이었다. 의원들은 국세청이 2007년 태광그룹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탈루세 수백억원을 추징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증여세 탈루를 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나.”

 ▶이현동 국세청장=“공소시효가 지난 걸로 안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고발조치 안 한 것을 두고 로비 의혹이 나온다.”

 ▶이 청장=“법과 원칙에 따라 했다.”

 이강래 의원은 “공소시효 판단은 검찰이 해야지, 어떻게 국세청이 하는 게 정상적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나 이 청장은 “조세범은 1차적으로 국세청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 청장은 또 ‘증여세 이외 다른 세목 위반은 없었느냐’는 질의가 나오자 “주로 증여세였고, 다른 세목이 있었지만 소액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세목에 위반사항이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 등은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국세청을 수색했는데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 청장은 “국세청은 개별과세 정보를 영장 없이 검찰에 제출할 수 없다”며 “따라서 압수수색은 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으로 부를 편법상속하는 데 대한 질타와 근본적 해결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여야 의원들은 “차명계좌에 재산을 숨겨놓고 15년만 들키지 않고 버티면 합법적으로 세금 없이 상속증여가 가능한 건가”(한나라당 이종구), “G20 국가 중 탈세나 비자금 조성을 위한 차명계좌가 수백억, 수천억씩 있는 나라가 있는가”(민주당 오제세)라고 꼬집었다. “대주주 CEO 자녀들의 조기증여 때문에 1억원 상장사를 보유한 어린이 부자가 79명이고, 평균연령이 7세”(민주당 이강래 의원)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떠한 형태의 차명계좌도 근절돼야 한다”며 “차명계좌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국유 재산을 전수 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하자’고 제의하자 “앞으로 이런 부분을 투명하게 관리해 국민에게 공개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흥국생명 해고노동자복직투쟁위원회는 이날 “2007~2008년 태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당시의 국세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비자금을 발견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했다”며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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