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분양가 "내려 내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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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많이 변했다. 올라만 가던 아파트 분양가가 내리고 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속에서도 업체들은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값을 종전 분양가보다 낮추고 있으니 말이다.

왜 그럴까. 분양가 자율화 시대에는 폭리를 취한 것인가. 건축비,땅값,인건비 등 원가 요인들이 내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 경기가 나빠지면서 인건비는 좀 내렸겠지만 건축자재값은 오히려 오른 품목도 많다. 땅값도 별로 내리지 않았다.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해볼 때 종전에 분양가를 너무 올려 잡은 게 분명하다. 그러다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를 맞자 주택업체들은 된통을 당했다. 분양가가 터무니 없이 비싸니 집이 팔릴리 있나.

아파트가 안팔려 주택업체들이 어려움을 당하자 "이게 아니구나" "소비자들을 우습게 봐서는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모양이다.

또한 이문이 적더라도 빨리 팔아야 경영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어서 분양가 인하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특히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값보다 싸면 설령 불경기라도 수요가 몰려 아파트가 잘 팔리게 돼 있다.

시장 상황을 보자

미분양 막기위해 자발적으로 분양가 내려

우미건설은 이달 19일 의왕 내손동 포일지구 프라자빌라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우미린`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를 3년 전 관리처분 당시보다 3.3㎡당 최고 50만원 가량 내렸다.

이 아파트 109㎡의 경우 2006년 관리처분 당시 3.3㎡당 1430만원, 168㎡는 1460만원에 일반분양가를 책정했지만 이번에 각각 138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는 한 달 전 바로 인근에서 분양한 의왕 내손 래미안 에버하임의 동일 주택형 분양가(3.3㎡당 1400만~1500만원대)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다.

삼성 에버하임은 지난 달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가를 앞세워 의왕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되고, 계약률도 높았는데 이보다 더 낮췄다.

GS건설은 올 9월께 분양하는 의왕시 내손동의 재건축 아파트인 `포일 자이`의 일반분양가를 래미안 에버하임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조합 측과 협의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청약시장이 연초보다는 나아졌지만 언제 다시 위축될 지 알 수 없다"며 "특히 중대형은 분양성공을 확신할 수 없어 적정 분양가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첫 분양에 들어가는 김포 한강신도시의 분양가도 낮아졌다.

우미건설이 17일 1순위 청약을 받는 한강신도시 우미린의 분양가는 3.3㎡당 141만원으로 지난해 공급했던 우남퍼스트빌(3.3㎡당 1067만원)보다 평균 27만원 싸다.

지난 달 초 청라지구에서 분양했던 한화꿈에그린 역시 앞서 공급된 한라비발디의 분양성공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3.3㎡당 20만원 낮게 책정됐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올 들어 인천 청라나 송도의 분양 아파트가 인기를 끈 것은 앞서 분양한 비(非)상한제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3.3㎡당 200만원 이상 쌌기 때문"이라며 "가격을 높게 받아 미분양을 만드는 것보다는 수익을 낮춰서라도 빨리 털어버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방 가격 인하폭 더 크다

분양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지방은 가격 인하폭이 더 크다.

금호건설은 이달 19일 공개청약을 받는 경북 구미시 남통동 `금호산 어울림`을 3.3㎡당 평균 480만원대에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인근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500만-60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 100만원 이상 낮춘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2월 모델하우스 없이 진행되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이 이뤄진 뒤 이번에 가격 조정 후 다시 시장에 나와 신규 분양이나 다름없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책정했던 분양가(3.3㎡당 평균 590만원)에 비해서도 3.3㎡당 110만원을 내린 금액"이라며 "주변에 미분양이 쌓여 있어 분양가를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 성공의 열쇠는 결국 수요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분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미분양에 혼쭐이 난 건설사의 가격 인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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