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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인구 급감의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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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석(호원대 교수, 철학)

1968년 250만을 상회하던 전북 인구가 올 3월이면 180만명대로 추락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수도권 인구집중의 이면이다. 이 양극화는 단위 지역 내에서 다시 반복된다. 60년대 19만이던 전주인구가 지금은 60만을 넘었다. 지방이 병들었다면 농촌은 죽어가는 셈이다. 전북이 유독 심하다지만 이런 현상은 모든 지방에서 마찬가지다.

지방에서는 신생아 수도 격감하고 있다. 전북만 보더라도 98년 2만5천600여명이었던 신생아가 지난해에는 1만8천여명이다. 몇 년 사이에 28%나 줄어든 셈이다. 오죽하면 갓난아이 울음소리 들리는 지역을 만들자고 한 자치단체장이 외쳤겠는가.

농촌을 지키는 노인의 평균 연령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80년 전북 전체 인구의 4.9%에 불과했던 노인인구가 2000년에는 10.2%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속도가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평균보다 2년 정도 빠른 초고속이라는 사실이다.

이 인구 현황은 지방과 농촌의 황폐화를 수치로 대변한다. 청년과 가장들이 끊임없이 대도시와 서울로 떠나는 것이다. 다름 아닌 낙후된 지방경제, 일자리 없는 지방도시, 비전 없는 농촌 현장 탓이다.

참여 정부 이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수많은 법적,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연일 지방분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열리고, 공공기관 이전, 기업유치, 각종 인프라 구축, 교육문화 여건 개선, 산학연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 각종 특성화 등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미하고 또 그러면서 계획 자체가 좌초되거나 흐지부지되곤 한다. 개혁과 통폐합, 선택과 집중지원 등을 통한 지방대학의 활성화도 그럴 듯한 논리로 주장되지만 이 시장 논리 뒤에 숨은 실제의 서글픈 기준은 서울로부터의 거리 순뿐이다.

제도와 정책의 변화노력을 무색케 하는 의식의 지체도 문제다. 대도시 선망, 서울 동경, 크고 많고 넓은 곳을 희구하는 우리 보통 사람의 무의식은 달라질 기미가 없다. 사회적 환경 탓인가. 하기야 사람의 발걸음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기업과 사람이 더 나은 곳으로 옮겨가는 이동에 의한 투표(vote by feet)는 인간의 권리일 것이다.

문제는 서울로만 향해 있는 그 발길을 되돌리는 일이다. 찾아가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지역,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참여정부 제1국정목표는 나라발전이고, 제2목표는 지방발전이다. 제1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제2목표가 성공해야 한다. 지방이 발전하지 못하면 국가발전이 심각한 장애에 빠진다. 지난 해 말 충북지역 혁신토론회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참여정부 시작과 비교해 이제 그 실천상의 흐트러짐은 없는지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주체인 지역주민 모두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서유석(호원대 교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