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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미군 최대 적은 다른 군복의 미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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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합동전력사령부(USJFCOM)의 장교들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현지의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JFCOM은 육·해·공·해병대의 합동 작전과 훈련, 교리 개발 등 미군의 합동성 강화에 관련된 모든 임무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해외 파병부대 선정과 편성, 사전 교육 등의 기능도 JFCOM이 담당한다. 본지는 지난달 13일 한국 언론 최초로 합동전력사령부를 방문 취재했다. [미국 합동전력사령부 제공]

천안함 사건을 겪은 한국군은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6월 다섯 가지의 국방개혁 어젠다를 제시한 중앙일보는 후속 기획으로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국방개혁의 현장을 찾았다. 특히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버지니아주의 합동전력사령부(USJFCOM)를 방문 취재했다. 육·해·공군·해병대 간의 합동 작전을 개발하고 합동 훈련 기획과 합동 부대 편성 등 미군의 합동성 강화를 총괄하는 사령부다. 핵심 부서인 합동전투센터에서는 육·해·공군 장병이 어울려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미국이 1999년 합동전력사령부를 창설한 것은 91년 걸프전과 70년대의 베트남전, 이란 인질 구출사건 등에서의 뼈아픈 교훈에서 비롯됐다. “미군의 가장 큰 위협은 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깔의 제복을 입은 우군이다.”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가 2003년 4월 사설에서 육·해·공군 간의 뿌리 깊은 경쟁 의식과 ‘단독 플레이’의 폐해를 신랄하게 지적한 말이다. 걸프전에서 미군은 44명의 오폭 사망자를 냈다. 교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181)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의 미군 병사가 이라크군이 아닌 동료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지상전을 수행하는 육군과 근접항공지원(CAS)에 나선 공군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았던 탓이었다. 당시 미 해군과 공군의 통신망은 연계가 안 됐다. 그리하여 공군은 일일항공임무명령서를 매일 문서로 출력한 뒤 걸프만 해역의 항공모함에 직접 항공기로 ‘배달’해야 했다. 분초를 다투는 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시간낭비였다. 미군이 싸 짊어지고 간 군수물자의 상당 부분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되가져왔다. 군종(軍種) 간, 병과 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는 이런 지적이 쑥 들어갔다. 미군이 3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할 수 있었던 초단기 승리의 배경으로 최첨단 무기의 위력을 흔히 꼽지만 미군 수뇌부는 합동성(jointness)의 신장에서 찾았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육·해·공·해병대가 각각 싸운 전쟁이 아니라 4개 군이 합동으로 싸워 이긴 것”이라 치켜올렸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장비는 그저 장비일 뿐”이라고 했다.

 육·해·공이 따로 움직이는 전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국방 선진국은 군사혁신(RMA)의 핵심을 합동성에 두고 있다.

특별취재팀=최상연·김정욱(워싱턴)·박소영·김현기(도쿄)·이상언(파리) 특파원, 예영준·김한별 기자

◆합동성(jointness)=육·해·공군·해병대 가운데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군이 참여해 수행하는 활동이나 작전, 조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는 ‘총체적인 전투력의 상승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육·해·공군의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합·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현대전은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으로 수행되는 추세여서 합동성 강화는 무기체계나 훈련의 질과 양 못지않게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관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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