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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비자금 ‘키맨’ 김씨, 50억 상당 차명주식 보유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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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 일가의 비자금을 관리해 온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의 골프연습센터 책임자 김모(63)씨가 50여억원어치의 태광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은 김씨가 보유한 주식의 대부분이 이 회장 일가의 차명주식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태광산업 주주명부(2009년 발행)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와 부산 해운대구 자택 등 두 곳의 주소지를 사용했다. 김씨가 보유한 총 4094주의 주식 중 3149주는 본사 주소로, 나머지 945주는 자택 주소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2009년에 발행된 제49기 태광산업 주주명부에 두 개의 주소로 주식 보유 상황이 기재된 주주가 김씨 외에 7명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고려상호저축은행 감사로 있으면서 그룹 회장 일가의 재산 중 상당액을 현금화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태광그룹 본사가 주소지로 돼 있는 60명 이상의 주주(전체 주식의 1.12%) 대부분은 차명주주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들이 태광산업 지분 1.12%를 158주 또는 262주씩 동일한 수량으로 나눠 보유하고 있어 차명주식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을 차례로 불러 주식 매입 과정과 자금 출처에 대해 조사키로 했다.

 검찰이 김씨 소유 주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베일에 싸인 이호진 회장 일가의 주식 차명관리 실태를 밝혀줄 ‘고리’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회장 일가가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이 약 1600억원에 이른다고 보고, 이들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이 회장의 친척이고, 비자금을 현금화했다는 의심을 받는 고려상호저축은행의 감사를 지낸 점을 중시하고 있다.

검찰은 또 상당수 주식 보유자들이 함부로 증권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일일이 질권 설정 서류를 받았다는 진술에 따라 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질권이란 채무자가 빚을 갚을 때까지 담보로 제공된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채권자의 권리를 말한다. 즉 주식 소유자들이 마음대로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잠금 장치’를 해놓았다는 얘기다.

 한편 검찰은 이날 태광그룹의 실세이자 재무통으로 알려진 박명석(61) 대한화섬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 앞서 검찰은 이호진 회장의 모친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이사의 서울 장충동 자택에 대해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피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선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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