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G20 시위 중단 선언한 한국노총 성숙함 돋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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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캐나다는 폭력시위를 막기 위해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토론토 회의장 주변에 3m 높이 철책을 치고 경찰관 2만 명을 곳곳에 배치했다. 그럼에도 복면한 과격 시위대의 난동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경찰차를 불태우고 은행과 상점을 덮치는 과격시위 탓에 사상 처음 최루가스까지 살포해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겼다. 지난해 4월 G20 회의를 개최한 영국 런던에선 시위대가 영국중앙은행을 둘러싸고 유리창을 부수던 도중 시민 한 명이 넘어져 사망하고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다음 달 11~12일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두 국가처럼 불법 폭력시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많은 돈을 들여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고도 나라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G20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국격을 한 단계 높이고자 민관(民官)이 손잡고 기울여온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건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노총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던 것 같은 불상사로 얼룩져선 안 될 것”이라며 G20 회의 기간 중 시위 불가 방침을 선언한 것은 지극히 반가운 일이다. 국가적 대사(大事)를 위해 노동계까지 흔쾌히 힘을 보태는 성숙함은 그간 분열과 반목에 지친 우리 사회로선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민주노총은 적극 투쟁을 선포해 걱정이 크다. 회의가 끝나는 다음 달 12일까지 해외 노동단체들과 연계해 각종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이들 집회가 평화적으로 개최되기만 한다면야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전 사례에서 보듯 온건하게 시작된 시위도 군중심리에 휩싸여 폭력사태로 변질되곤 하니 우려되는 것이다. 온 세계의 관심이 서울로 모인 바로 그때, 외신 사진마다 쇠파이프와 죽창이 난무해서야 되겠나. 민주노총은 부디 이런 걱정을 기우(杞憂)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성숙한 시위 문화를 국제사회에 보여준다면 그 또한 국익에 기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