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재활 거친 메디슨, 연내 새 주인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메디슨이 5년간의 기업회생 과정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클린 컴퍼니’로 거듭났습니다. 이제 글로벌 시장을 향한 종합의료기기 업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주인을 찾아주려 합니다.”

 김영재(64·사진) 칸서스자산운용 회장은 1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메디슨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식을 잘 키워 결혼시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6년 순수 국내 자금으로 ‘바이아웃 PEF’(경영권인수 목적 사모펀드)를 만들어 메디슨을 인수해 기업회생 작업을 지휘해 왔다. 벤처기업 성공신화를 일궜던 메디슨은 무리한 사업 확장 후유증으로 2002년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김 회장은 “매각 주간사인 JP모건과 우리투자증권이 19일 국내외 기업 10여 곳으로부터 매수의향서 접수를 마쳤다”며 “참여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 매각 작업이 연내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딜이 성사되면 토종 PEF가 인수 기업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Exit)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칸서스 PEF가 메디슨을 인수할 당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많았는데.

 “순탄치만은 않았다. 메디슨 직원들이 반발했고, 인수가격이 높았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다져 놓은 기술력과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성에 비추어 충분히 되살릴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투자는 아끼지 않았고, 해외 영업망도 확대했다. 사주조합을 만들어 직원들을 회사 주인으로 끌어안았다.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매출 2600억원에 영업이익 540억원(올해 전망)의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거쳤다. 금융 CEO로서 시장에 안착한 비결은.

 “2004년 칸서스운용을 만들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독립계 자산운용사라는 입지를 분명히 했다. 군인공제회·한일시멘트·하나증권 등 재무적 투자자들의 출자를 받으면서 소유·경영을 분리한다는 경영합의서를 채택했다. 아울러 전 임직원이 주주로 참여했다. 현재 임직원의 의결권 지분은 29.4%에 달한다. 주주들에겐 매년 10% 이상의 배당을 준다. 임직원이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되자 장기 근무의 전통이 생겼고 이는 일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으로 이어졌다.”

 -대그룹이나 은행을 끼지 않은 독립 운용사는 경쟁에서 불리할 것 같은데.

 “누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가끔 들지만, 전체적으로 강점이 훨씬 많다. 특정 그룹의 영향력이나 판매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한다. 우리 회사의 운용자산(총 3조3800억원) 구성을 보면 PEF·부동산펀드·SOC펀드 등 대안투자(AI) 부분이 60%, 주식·채권 등 전통투자(TI)가 40%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수익에 별 기복이 없다. 이에 비해 자산운용업계 평균은 TI 부분이 85%로 편중돼 있다.”

 -일반 주식형펀드는 어떻게 운용하나.

 “특성 있는 소수의 펀드로 장기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오래 투자할수록 펀드수수료를 낮춰 주는 ‘칸서스하베스트’와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노후설계형 ‘칸서스뫼비우스’가 주력 펀드다. 둘 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컨셉트의 상품으로,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을 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8500억원 규모의 PEF를 설립해 금호생명(현 kdb생명)도 인수한 바 있다. 그는 “메디슨 매각 이후에 대비해 2~3개의 추가 기업인수를 염두에 둔 PEF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이른바 ‘이헌재 사단’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요즘도 이 전 부총리를 자주 만나 큰 지혜를 얻는다”며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국한할 뿐 내 사업에 대해선 아직 한마디 말씀도 없으셨다”고 했다.

글=김광기 선임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