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D-23 … 기업들 협찬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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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최근 개·보수를 끝낸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연회장.

배상면주가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로부터 ‘샘플주’를 요청받았다. ‘만찬 때 건배주로 쓰일 술을 선정하니 적당한 술과 함께 그 이유를 제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배상면주가는 당장 비상업무에 돌입했다. 세계 정상이 모이는 만찬 자리에 술이 제공될 경우 홍보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수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전통주인 ‘느림마을 막걸리’ ‘산사춘’ 등 다섯 가지 종류를 골라 보냈다. 이 회사 김철호 마케팅본부장은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을 알릴 수 있는 제품을 선정해 제안했다”며 “이번 행사가 한국 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를 20여 일 앞두고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각국의 정상에게 직접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에 협찬한 제품’이라는 것 자체가 홍보효과를 낼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측은 원칙적으로 ‘공식 협찬’이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정 업체가 ‘공식’이라는 용어를 쓸 경우 특혜가 될 수 있고, 업체 간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에는 협찬했다는 점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물·주류·LED·컴퓨터·전화기 분야에서 수십 개 업체가 협찬 요청을 해왔다”며 “막걸리 하나만 해도 대여섯 군데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의장 분위기와 잘 맞고 품격 있는 브랜드를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고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G20정상회의의 만찬 메뉴인 바닷가재를 채운 훈제연어 요리.

 협찬 사실을 벌써부터 프로모션에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독일 주방용품 브랜드 휘슬러코리아는 최근 ‘G20 정상회의 만찬 메뉴 미리 맛보기’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리츠칼튼 호텔과 공동으로 개발한 만찬 메뉴를 일반인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휘슬러코리아 김소현 대리는 “각국 정상들에 앞서 특별한 요리를 맛보려는 고객들의 호응이 좋다”며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글로벌 쿠킹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소와 만찬장으로 쓰이는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은 행사 시기에 맞춰 리모델링을 끝냈다. 서울 프라자호텔은 지난 5월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700억원을 들여 전면 리노베이션을 했다. G20 정상회의를 열흘 앞둔 11월 1일 ‘더플라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다.

 행사장인 코엑스와 인접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올여름 전체 15개 연회장과 1층 로비 라운지를 모두 개·보수했다. 정상을 위한 한식 메뉴도 개발했다. 비무장지대(DMZ) 인근 청정 지역에서 자란 한우로 만든 스테이크, 제주도산 애플망고로 만든 디저트 등이다. 호텔 직원들은 테러 전문가에게 의심 물체 식별법 등 대테러 교육도 받았다.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은 미국 취재진이 이용하게 될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리모델링 공사를 17일 막 끝냈다.

 딱히 협찬할 제품이 없는 업체는 관련 캠페인이나 행사를 통해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서울 한강로동에 위치한 아이파크몰은 다음달 11~12일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11일 열리는 환영만찬 장소가 아이파크몰에서 약 2㎞ 떨어진 국립중앙박물관인 점에 착안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임직원은 물론 고객에게도 협조 요청을 해 교통 혼잡을 줄이겠다”며 “‘민간 사절단’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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