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평양, 북미서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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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은 화장품과 향수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로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권은 향수로 공략했다. 나라마다 특성과 문화에 따라 각기 다른 제품군으로 접근한 것이다.

▶ 태평양 저가브랜드 이니스프리는 깔끔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태평양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90년대 초다. 80년대 말 베이징(北京).선양(瀋陽) 및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활용품과 화장품 일부 제품을 팔다가 실패한 직후다. 93년 선양에 현지 법인을 세운 뒤 유통 경로를 백화점과 전문점으로 한정했다. 판매 제품도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와 라네즈 등 두 가지로 집중했다. 선양.창춘(長春).하얼빈(哈爾濱) 등 동북 3성에서 사업을 시작해 98년부터는 상하이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하지만 중국 진출의 성과는 중국 본토가 아니라 홍콩에서 먼저 나타났다. 2002년 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홍콩에서 성공하며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태평양은 한류를 이용해 홍콩과 중국의 젊은층에게 라네즈의 홍보를 강화했다. 2년 동안 1000억원을 투자해 매장을 열고 광고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홍콩에서 인지도가 좋아지자 상하이와 베이징,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주문이 이어졌다.

지금은 중국과 홍콩에 각각 매장 70개, 10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홍콩에서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말에는 한방화장품 '설화수'와 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연달아 중국에 진출했다.

김봉환 국제사업팀장은 "현재 99개인 아시아 국가 매장 수를 연말까지 142개로 늘리고 중화권 매출도 620억원으로 늘릴 것"이라며 "중국권 뿐 아니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에 대한 공세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은 또 화장품의 본고장 프랑스에는 향수로 승부수를 띄웠다. 수백개의 유럽 화장품 업체들과 화장품으로 직접 경쟁하기는 위험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97년 향수 '롤리타 렘피카'를 개발하고 이를 프랑스 시장에 선보였다. 이 제품을 홍보할 때는 회사보다 제품명을 알리는 전략을 썼다. 지난해 4월에는 파리 남서쪽에 3만평 규모의 향수 생산 공장도 지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450억원으로 프랑스 향수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5위를 차지했다.

태평양은 최근 2015년까지 10개의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진출도 서둘렀다. 2003년 말 미국 뉴욕에 화장품 체험 매장인 '아모레퍼시픽'도 문을 열고 지난해에는 뉴욕의 유명 백화점 버건도프 굿맨에 들어가는 데도 성공했다. 김팀장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2015년까지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하겠다"며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 이상이 되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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