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 7년만에 코스닥 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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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전태일 노동운동가의 "인간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고 말했다. [인크루트 제공]

취업 포털업체인 인크루트가 올 봄 코스닥에 입성한다. 지난해 5월 인크루트는 코스닥 업체인 뉴소프트기술을 48억원에 인수했고 다음달 초 뉴소프트기술이 인크루트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우회등록(백도어 리스팅)방식으로 두 회사가 한 몸이 되는 셈이다.

인크루트는 취업 포털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하는 업체가 됐다. 합병 법인명은 인크루트며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가 이끈다. 이 대표는 31세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다. 이 대표의 지분가치는 뉴소프트기술의 주가 등을 따져볼때 수십억원 정도다. 기업공개(IPO)와 동시에 CEO가 돈 방석에 오르는 경우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겠다"고 말했다.

인크루트는 이 대표가 1998년 연세대 대학생 시절에 창업한 회사다. 영국의 스티븐 호킹박사처럼 되겠다며 93년 천문우주학과에 들어갔던 이 대표는 인터넷에서 '별의 신비' 못지 않은 새 세상에 눈을 떴다. 인터넷에 빠진 이 대표는 98년 6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여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였다. 구직자 뿐만 아니라 구인회사도 수시로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에 나섰다.

인크루트는 2000년 12월 기업회원의 접속료를 유료화해 수익기반을 다졌다. 사업은 자리를 잡았지만 이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회사를 꾸려가느라 대학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계속하다가 지금은 제적된 상태다.

그는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벌이는 것은 내 능력 밖"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아직 결혼 생각도 없단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그는 "남의 떡이 커보여도 대세에 영합하지는 않겠다"며 "더디게 가더라도 주관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유용하고 즐거운 일이라면 못할 것은 없지만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일을 벌이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어찌보면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 이 같은 '거북이 경영'은 닷컴 거품이 꺼진 이후 그와 인크루트를 지켜낸 힘이 됐다. 그는 "원래 숫기가 없고 외향적이지도, 사교적이지도 않지만 한번 일을 시작하면 묵묵히, 고집스럽게 하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젊은 나이 때문에 CEO 역할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데 나이의 많고 적음은 그리 중요한게 아니다"며 "일은 그저 일일 뿐"이라며 잘라 말했다. 자신은 직원들이 책임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자 역할 뿐이라는 것이다.

취업 전문가인 이 대표는 취업목표를 세울 때 '눈높이는 낮게, 비전은 높게' 가지라고 조언했다. 직업은 최소한 10년 이후를 보고 정하되, 어떤 직업을 목표로 잡았으면 해당 분야의 임시직이라도 얻어서 경험을 쌓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결승점을 멀리 남겨둔 마라톤 주자의 하나"라며 " 남들보다 좀 일찍 뛰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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