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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CEO들이여, 엔터테이너가 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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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60년대에 아담한 체구의 한 젊은 여성이 김포공항에서 야유와 계란 세례를 받았다. 미국에서 귀국한 가수 윤복희. 미니스커트에 허벅지를 드러낸 모습에 사회는 경악했다. 그러나 오늘날 미니스커트는 대다수 여성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다. 7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 CI( 기업이미지 통합)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을 때 많은 기업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건 잘 만들면 되지 왜 기업 로고와 종업원 제복에 돈을 퍼붓느냐”고 한심해했다. 하지만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브랜드 제고 정책의 으뜸에 CI를 놓는다.

2000년대를 이끌어나갈 아이템은 무엇일까. 리더를 브랜드화하는 ‘PI( 개인이미지 통합)’라고 생각한다. ‘깨어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정치가들은 개인 브랜드를 조직의 가치 제고에 활용하는 PI 마케팅에 열심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빛 바랜 청바지와 검은색 터틀넥 셔츠, 흰색 운동화는 ‘열정·창조·색다름’이라는 기업 아이덴티티와 부합한다. 광고회사 사치앤드사치의 케빈 로버츠 CEO는 87년 펩시콜라 캐나다 법인장 재직 당시 한 행사장에서 갑자기 기관총을 꺼내 경쟁업체인 코카콜라의 자동판매기를 난사했다. 이 파격 ‘퍼포먼스’ 덕분인지 캐나다 시장에서 펩시가 코카콜라를 따라잡았다.

 수백 명, 많게는 수만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기업 리더는 작은 행동 하나마다 의미를 담아야 한다. 그래서 PI 전략을 수립하고 컨설팅을 하는 필자의 눈에 리더는 엔터테이너와 다름 없다. 물론 진정성이 부족하면 자칫 ‘벌거숭이 임금님’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도 PI라는 말이 퍼진 지 10년 가까이 됐다. 하지만 이슈가 터지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거나 철 지난 구호와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CEO가 친근하게 보이면 그 기업에도 호감을 갖게 마련이다. 무뚝뚝한 CEO는 위기가 닥칠 때 뒷수습에 더 애를 먹는다. 장년층 CEO들이 트위터의 세계에 뛰어들고 과감하게 대중에 얼굴을 드러내는 소셜 미디어 시대다. ‘엔터테이너 리더’가 기다려진다.

이주연 리더스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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