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정부 보고서, 동·식물 영향 평가 빠져 논란 시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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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 06면

천성산 원효터널과 관련된 주요 생태조사 보고서는 크게 다섯 종류가 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이 정부가 1994년 11월 발간한 ‘경부고속철도 부산·경남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 ’다. 환경단체들은 이 보고서가 천성산에 있는 22개 늪과 12개 계곡, 30여 종의 보호 동·식물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5차례 나온 천성산 생태조사 보고서

2003년에는 총리 주재로 구성된 노선재검토위원회의 ‘검토보고서’와 고속철도관리공단의 의뢰를 받아 대한지질학회가 작성한 ‘천성산 지역 자연변화 정밀조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부실 보고서 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 보고서는 2005년 8월 30일부터 3개월간 정부와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다. 2004년 지율 스님의 단식 등 환경단체의 공사 반대가 심해지자 정부가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고속철 천성산 관통 저지 전국 비상대책위원회가 분야별(지하수·구조지질·암반공학·지구물리·생태계)로 한 명씩 추천한 전문가 10명이 환경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기간 중에 공사는 중단됐다.

조사 후 양측 전문가들의 공동 보고서가 작성됐다. 생태 분야만 합의를 하지 못해 각각 보고서를 냈다. 정부 추천 전문가였던 자연환경복원연구원 장인수(46) 박사는 “다른 분야는 서로 합의해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생태 분야였기 때문에 끝내 합의가 안 됐다”며 “천성산 습지는 강수에 의해 만들어져 유지되는 것이어서 터널 공사가 습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가 추천한 최송현(44)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구물리나 지질 분야에서 지하수와 습지와의 관계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터널 공사로 습지에 물이 빠진다 안 빠진다 말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측 추천으로 조사에 참여한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46) 교수는 “ ‘전문가들이 모여 결론을 못 내리는데 법원에서 무슨 수로 판단을 하겠나’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협의했다. 어디서 추천 받았든 과학자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지질구조 분야를 조사한 손 교수는 정부 측 추천으로 참여한 최위찬 박사와 함께 ‘터널이 지나는 구간에 단층대가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젠가는 지하수 통로가 돼 물이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충북대 강상준(70) 교수팀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의뢰로 2004년 가을부터 2008년 가을까지 4년간 진행한 조사 결과 보고서가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다.

조사는 터널 공사 구간에서 가장 가까운 늪인 밀밭늪과 법수원계곡 두 곳에서 겨울을 제외한 분기마다 진행됐다. 식물, 식생, 조류·포유류, 양서·파충류, 육상곤충, 저서성 대형 무척추 동물, 수문환경 7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강 교수는 “보고서의 결론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천성산의 자연생태는 변화가 없었다. 밀밭늪과 법수원계곡 물의 양은 강우량과 계절에 따라 달라졌다. 도롱뇽도 계속 관찰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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