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악마의 정원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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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악마의 정원에서
원제 In the devils garden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생각의 나무, 424쪽, 1만5000원

색욕.폭식.오만.나태.탐욕.불경.분노. 단테의'신곡'에 나오는 '죽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죄악'이다. 지은이는 인류가 문화권마다, 역사적 시기마다 특정 음식을 금기시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그래서 여덟 장으로 이뤄진 이 책의 첫 장부터 일곱째 장까지의 제목을 이것으로 달았다. 마지막 장은 결론이다.

이 책은 폭넓은 일화와 요리법을 인용하며 금기 음식의 문화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시간으로는 고금을, 지리로는 동서를 종횡으로 오가는 지은이의 입심이 실로 대단하다.

고대 중국의 도도한 식인 풍습을 거론하다가 남미에서 '신의 음식'으로 통하던 초콜릿이 유럽으로 건너와서는 한때 난교의 상징이 됐다는 비화로 갑자기 넘어가고, 프랑스 혁명은 사실 맛없는 빵 때문에 일어났다는 '유언비어'를 슬쩍 흘리는 식이다.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과거 개를 이용한 사냥으로 식량을 구해야했던 유럽에서 시작됐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가설도 제시한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일화 하나.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도와 돼지를 천시하는 이슬람교도에게 쇠기름과 돼지기름을 입에 대지 않으면 쏠 수 없는 총을 사용하라고 강요하면? 결과는 무장봉기와 격렬한 저항이다. 19세기 인도 용병들이 점령국 영국을 상대로 일으킨 '세포이 반란(관점에 따라서는 독립봉기)'은 이렇듯 금기 음식이 도화선이었다. 음식 금기의 파괴력은 가히 역사의 물길을 바꿔놓을 정도가 아닌가?

이 책을 지은 이야기꾼은 미국인으로 전세계를 돌며 요리사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 지금은 음식 역사를 다룬 글을 쓰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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