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일본도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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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은 지난달 한국표준협회와 하나의 협약을 맺었다. '경제 재도약을 위한 일본 벤치마킹 사업' 을 함께 추진키로 한 것이다. 성격이 매우 다른 두 회사가 공동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을 듣고 보면 왜 같이 하는 지 쉽게 납득이 간다.

이 사업은 일본의 아이치 세계 환경박람회가 열리는 3월25일부터 9월25일까지 185일간 이 박람회장과 인근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견학하는 단기연수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것이다.

▶ 올 3월에 열리는 아이치 박람회장 내에 들어서는 도요타 그룹관(위)과 히타치 그룹관 조감도

박람회에서 선진 문물과 기술을 습득하고 환경의식을 일깨우며, 도요타자동차에서 기업정신을 함께 배운다. 관광과 기업 견학을 동시에 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롯데의 관광 노하우와 표준협회의 기업 관련 경험을 결합한 비즈니스다.

때마침 일본은 10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불황 타개가 국가적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어 일본 현지에서 교훈을 얻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양측은 기업.사회단체.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쉬고 즐기며 일본도 배운다-.

관광업계가 올 들어 이런 취지의 일본 상품을 다투어 개발해 내놓고 있다. 이른바 학일(學日)관광 상품이다.

여러 가지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아이치 환경박람회라는 세계적 이벤트가 다음달 아이치현에서 열린다. 일본 정부는 이에 때맞춰 한국인에 대해 비자를 면제해준다.

일본 정부는 2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비지트 재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범정부적 행사다. 일본 정부는 올해도 이 캠페인을 강화한다. 이달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이벤트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이다. 양국은 금년을 '한일우정의 해' 로 정하고 문화.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를 넓히기로 했다. 업계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한일 국민교류의 해 등을 통해 나름대로 협력의 무드가 조성돼 왔다고 판단한다.

여기다 지난해 일본 주부들에 분 한류, 이어 한국의 젊은이들에 일고 있는 일류 영향으로 올해 양국 모두 관광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박람회 관람과 일반 관광을 합한 상품이 많이 나왔다. 롯데관광은 나고야 관광과 박람회 관람을 하는 3일 코스를 64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 회사는 나고야.오사카.나라.교토를 관광하고 박람회를 둘러보는 4일 코스, 도쿄.하코네.도요하시.나고야를 관광하고 박람회장을 들르는 4일 코스 상품도 출시했다.

롯데는 박람회와 온천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내놨다. 나고야와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게로.구사츠 등 일본 3대 온천도 즐기는 5일 코스다. 이들 프로그램의 가격은 60만~90만 원대다.

모두투어는 일본 무비자 입국 기념 이벤트를 한다. '이지 고 재팬(Easy Go Japan)' 이다. 이 회사는 박람회 기간 중 모든 일본 투어 상품에 대해 '노 팁, 노 옵션'을 적용한다. 일본 투어 시 관광객들은 현지 가이드에 하루 1000엔 정도의 팁을 줘야 한다. 이를 회사 측이 부담키로 한 것이다. 모두투어는 예약자 전원에게 티셔츠도 준다.

이 회사는 또 도쿄.오사카 자유여행을 하는 고객에게는 여권을 무료 발급해 주거나 대중교통 1일 이용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모두투어는 6개 일본 상품을 3월 중 지정된 날짜에 이용할 경우 동반자에 대해서는 50% 할인해 준다. 도쿄.닛코 4일 코스를 3월 10일이나 24일 떠날 경우, 오사카.나라.교토.규슈 온천 4일 코스를 3월 14일과 28일에 떠나는 경우 등에 적용한다. 이들 상품의 판매가는 각각 89만9000원, 99만9000원, 119만9000원이다.

자유.하나.포커스 등도 올해 이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고 일본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업계는 인바운드 시장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류 바람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일본인을 끌어들이는 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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