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싼 임대료와 주거 안정성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전셋값은 급등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주변 전셋값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는 것이다. 특히 보증금 인상폭을 연간 5% 이내로 제한한 점은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불안한 무주택 서민들에게 큰 매력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SH공사가 최근 분양(입주자 모집)한 시프트 가운데 입주민 퇴거, 당첨자 미계약 등으로 1~2년 만에 재분양한 물량의 전셋값이 1~2년 만에 최고 30% 이상 올랐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59㎡형 시프트는 지난해 6월 2억2366만원에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지금은 31% 오른 2억9300만원에 입주자를 다시 뽑았다. 반포자이 59㎡형 보증금도 지난해 2억24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억8670만원으로 28%나 껑충 뛰었다. 강서동부센트레빌4차 59㎡형 역시 1억1600만원으로 2년도 안 돼 24%나 상승했다.
주변 전셋값이 뛰면서 서울 반포자이 내 장기전세주택의 전셋값은 지난해 2월보다 30% 가까이 올랐다.
SH공사는 시프트 보증금 인상 상한선을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적용해 연간 5%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는 시기는 계약기간 이내뿐이다. 2년 후 재계약할 때는 상한선이 없는 것이다. 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다시 분양할 때도 보증금 인상률의 상한선은 없다. 이 팀장은 “재계약 시점이나 계약 해지된 물량을 분양할 때 보증금 인상 상한선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변 시세가 많이 오르면 30% 이상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입주한 시프트 가운데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재계약하는 2500여 가구의 시프트 세입자는 큰 폭의 보증금 인상을 걱정하고 있다. 강동구 강일지구 시프트에 살고 있는 한 세입자는 “지금까지 2년 재계약 기준으로 5% 인상 상한선이 적용되는 줄 알았다”며 “보증금이 많이 오른다면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려는 시프트의 취지가 무색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그래픽을>
시프트 보증금 인상폭이 주변 시세를 반영한다지만 반영 방법과 폭이 제각각이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일반 보증금 조정은 1년마다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처음 분양한 강동구 고덕아이파크나 서초구 교대e편한세상, 강남구 래미안그레이튼 등의 59㎡형 보증금은 최근 주변 전세시세가 급등했어도 변함이 없다.
SH공사 관계자는 “첫 분양 뒤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주변 전세 시세를 반영하면 보증금이 갑자기 크게 오르게 돼 상승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새로 공급하는 시프트와 계약을 갱신하는 시프트의 보증금 결정을 달리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계약 해지분을 다시 공급할 때는 ‘기존 전세 시세의 80% 이내’ 원칙을 적용하고, 2년마다 새로 계약하는 시프트의 인상폭은 주거안정 차원에서 많이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 서울시가 잡은 방향이다.
박일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