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김제동 … 윤도현 … 그리고 남은 김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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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예민한 질문도 오갔다. “MC로서 내리막을 탄 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김제동은 “97%는 바뀐 트렌드에 적응 못 한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3%의 외부요인이 있었을지라도 그걸 넘어설 수 없었다면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외부 요인’이란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말함이다. 지난 7월 김미화는 자신의 트위터에 “KBS에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가 KBS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이 때 세간에 함께 거론된 이들이 김제동·윤도현이다.

‘승승장구’의 윤현준 PD는 예전에 김제동과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을 함께 했던 사이다. 이번 출연에 대해 “이 프로그램 컨셉트와 맞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섭외했다. 예나 지금이나 제작하면서 다른 고려는 없다”고 했다. 김제동도 섭외 전화를 받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스케줄을 조정해 출연했다고 한다. 앞서 윤도현은 지난 8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블랙리스트’ 논란이 더는 무의미해 보이는 상황이다.

석 달여 경찰 조사에 따르면 문서화된 ‘리스트’는 없는 것으로 내부 결론이 났다고 한다. 다만 추상적인 ‘낙인’이 찍혔다는 의미라면 이를 어떻게 입증(혹은 반증)할지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딜레마다. 김미화는 지난 5일 세 번째 소환조사 후 기자들을 만나 “KBS가 고소 취하 조건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로선 최소한의 체면치레 없이 이 문제를 매듭짓기 쉽지 않을 것이다. ‘블랙리스트’ 실체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 이 소득 없는 논란을 시청자가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할까. 김미화와 KBS 양쪽 모두 한 발씩 물러서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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