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78㎞ ‘흉물’ 송전탑, 에펠탑 같은 명물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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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4년7월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경기도 시화호∼시흥시 39㎞ 구간에 두 줄로 늘어선 거대한 해상 송전철탑이 완공됐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신시흥변전소 사이의 전력수송을 위한 34만 5000V 송전선로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송전선로 철탑으로 길이가 78㎞(두 줄 기준)에 이른다. 송전선로를 연결하는 철탑은 600m 간격으로 137개가 세워졌다. 이 중 시화호에 있는 것이 51개다. 철탑 무게는 개당 138t이며, 높이는 해수면에서 100m다.

시화호에 세워진 송전철탑. 39㎞ 구간에 두 줄로 늘어서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 제공]

바다 위에 세워진 철탑은 태풍·파도, 강한 조류 등을 극복하기 위해 신공법과 신기술이 동원됐다. 컨테이너 하역 부두 축조공사에 사용하는 재킷 파일 공법이 도입됐고 바지선 위에 레미콘 공장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철탑을 옮기기 위해 대형 헬기와 해상크레인이 동원됐다. 총 공사비 4430억원이 투입돼 5년8개월 공사 끝에 마무리됐다.

당시 안산·시흥·화성 지역 10여 개의 시민단체는 “송전선로가 시화호 수면 위로 지나갈 경우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경관을 해친다”며 시화방조제 지하로 송전선로를 연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건설기간이 장기화하고 추가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지상 건설을 강행했다.

최근 경기도와 안산·시흥·화성시는 2020년까지 1698억원을 들여 시화호를 서해안 해양레저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내용의 ‘시화호 워터콤플렉스’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인 데다 관광명소인 대부도 길목으로, 인근 전곡항에 마리나 등 해양레저 관련 시설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화호를 가로지르는 흉물스러운 송전철탑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송전철탑을 프랑스의 에펠탑처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음 달 20일까지 주민과 공무원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이미 지난주 경관 조형물 제작업체 및 전문가, 사진작가들을 초청해 조언을 구했다. 조형물 제작 관련 전문가들은 송전철탑을 컬러로 바꾸고 야간 조명사업을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작가들은 두 줄로 늘어선 철탑 사이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경기도 장영근 비전기획관은 “프랑스의 에펠탑도 건립 초기에는 미관을 저해하는 철골구조물로 취급돼 한때 철거 위기에 직면했지만 오늘날 프랑스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됐다”며 “시화호 송전철탑도 공모전을 통해 서해안 관광의 랜드마크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채택된 응모자에게 800만원의 상금과 지사 표창을, 공무원에게는 인사상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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