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지방 아파트값 왜 오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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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지방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에 분양되는 애경그룹의 AK그랑폴리스 견본주택에 10일 주택 수요자들이 몰렸다.

10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일요일인데도 부동산중개업소들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성당동 대덕공인 허남헌 공인중개사는 “최근 들어 집을 사겠다는 손님들이 늘어 2년 만에 일요일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년간 장기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수도권 주택시장과 달리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1월 초부터 지난 9월 말까지 부산·대구 등 지방 5개 광역시 아파트 값은 평균 5.3% 올랐다. 특히 부산이 10.7%나 뛰었다. 또 지방의 새 아파트 분양에서는 정식 청약순위 내에서 청약을 마감하는 단지가 잇따른다.

◆이유 있는 회복세=지방 주택시장에 훈풍이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새 아파트 공급물량 감소다. 2007년 이후 지방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이 거의 끊겼다. 내외주건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산·대구·광주의 새 아파트 분양물량이 2006년보다 70% 정도 줄었다. 미분양 적체가 심해지면서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거나 늦췄던 것이다. 이 때문에 2008년 2만7000여 가구였던 대구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 3000여 가구 수준으로 급감한다.

공급이 줄어들자 간간이 선보이는 신규 분양물량은 희소성까지 부각돼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부산진구에서 분양된 동일스위트 아파트는 평균 7대1의 경쟁률 속에 청약을 마감했고, 대구시 달서구의 화성파크드림 아파트도 지난 7월 청약률 100%를 기록했다.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지금 분양되는 아파트가 2~3년 후에는 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도 청약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부산시 해운대 신시가지 내 72㎡형(분양면적) 아파트의 경우 매매값이 1억6000만원 선, 전셋값이 1억3000만원 선으로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는다. 좌동 미성부동산 김민진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물건도 귀해지자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집 크기에 따라 온도 차이는 분명히 있다. 부산은 전용 85㎡ 이하가 오름세를 주도했을 뿐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값은 변화가 없다.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심형석 교수는 “중대형의 경우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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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랠리 시작=시황이 나아지자 건설업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달 부산에서는 정관신도시 동일스위트 1700여 가구 등 4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된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나온 물량과 비슷하다. 분양대행사인 더감의 이기성 사장은 “최근 들어 부산 주택시장 회복세가 두드러지자 건설사들이 현시점을 분양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애경그룹이 달서구 진천동에서 1800여 가구의 AK그랑폴리스 아파트를 내놓는다.

요즘 지방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분양가를 4~5년 전 수준으로 낮추고, 단지 내 편의시설을 고급스럽게 설계한 게 특징이다. 동일의 김은수 전무는 “중소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실내수영장과 사우나를 만들고 고급 피트니스센터도 들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견본주택에는 주택 수요자가 몰린다. 9~10일 이틀 동안 대구 AK그랑폴리스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은 1만 명에 이른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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