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10% 오르면 미 대중 적자 최대 14% 감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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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24면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이 법안을 하나 통과시켰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관세로 보복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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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전 미국은 거의 모든 나라와 교역에서 적자를 봤다. 대중 무역 적자만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나라와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중 적자는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 1년 동안 미국의 대중 적자는 2660억 달러(약 310조원)였다. 리먼 파산 이후 1년 동안 대중 적자는 2370억 달러였다. 그후 1년 동안 대중 적자는 2480억 달러로 늘었다. 반면 리먼 파산까지 1년 동안 미국이 한국·일본과의 교역에서 본 적자는 1020억 달러였으나 이후 1년 새엔 72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또 리먼 파산 이후 두 번째 해엔 710억 달러로 더 감소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종이쪽지 수출로 메워졌다.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이라는 종이쪽지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늘어날수록 중국의 외환 보유액이 불어나고 미 재무부 채권이 인민은행 금고에 쌓이는 이유다.

중국 외환 보유액이 무한정 늘어날 수만은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외환 보유액 증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면 중국 내부의 자원 배분이 왜곡된다.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보다 투자 수익이 높은 곳이다. 미시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봐도 그렇다. 중국 정부가 미 재무부 채권 대신 자국에 투자하면 더 높은 수익이나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외환 보유액을 인재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중국 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외환 보유액을 미국 재무부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낳는다.

중국 정부가 농촌 지역에 투자를 늘리면 효과는 더욱 클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시골 어린이들은 교육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치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무상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마저 제대로 마치지 못한다. 돈이 없거나 학교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시골 어린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골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마치기 쉽지 않다. 1년치 등록금이 가난한 시골 사람들의 연간 소득보다 20배나 비싸다. 그렇다고 학자금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받기도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골 학생 4명 가운데 1명만이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한다. 가난한 시골 학생의 대학 진학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학 등록금이 가난한 시골 사람의 1인당 소득보다 60배나 비싸다. 시골 학생 100명 가운데 3명만이 4년제나 전문 대학을 졸업하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미 재무부 채권을 사들이는 대신 국내 시장에 투자한다면 위안화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말하면 중국 정부가 시장에서 달러 표시 자산(미 재무부 채권) 대신 자국 통화로 표시된 자산을 사들이면서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안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대미 무역수지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3~2006년 사이 분기별 환율과 무역수지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해 보니 위안화 가치가 10% 오르면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8~2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10% 오르면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4~14%가량 감소했다. 위안화 가치 상승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감소에 도움이 되니 안 되니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계량 경제학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효과가 적지 않아 보인다.

반대로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상승을 막고 대미 무역 흑자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면 어떤 사달이 벌어질 수 있을까.

미국인의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중국의 대미 수출은 그다지 영향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월마트 효과(Walmart Effect) 때문이다. 중국산이 대부분 저가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소득이 줄어들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이는 최근 금융위기 와중에 사실로 증명됐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일자리가 줄어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소득도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달러 환율을 거의 고정시켰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늘어났다. 이런 월마트 효과를 없애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실질적으로 올라야 한다. 이는 미·중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필요조건이다.

위안화 가치가 실질적으로 오르지 않으면 두 나라 무역 불균형은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외환 보유액이 늘어난 만큼 위안화가 풀려나간다. 미국은 무역 적자 누적으로 더 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릴 수 있다. 중국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미국은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 두 나라 모두에 모두 고통스러운 결과다.

공은 중국 쪽에 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경제 실상을 반영해 오르도록 놔둬야 한다. 동시에 규제 완화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 금융·재정 정책을 혼합한 처방을 하루라도 빨리 써야 한다는 얘기다.



정리=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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